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memike Sep 16. 2020

색에 대하여

일곱번째 이야기

색상, 채도, 그리고 명도. 색의 세가지 속성이다. 이 속성의 유무에 따라 색은 무채색과 유채색으로 나뉜다. 무채색은 색상과 채도는 없고 명도만으로 구분된다. 반면 유채색은 색상, 채도, 명도를 모두 가진다.



색은 정보다. 동물에게는 무엇을 먹을지 혹은 먹지 않을지를 구분하게 해주고, 식물에게는 동물을 유혹하거나 동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사람에게 색은 어떠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사람은 색을 인지함으로써 동식물과 같은 방법으로 사물을 구별할 수 있다. 여느 동식물과 다르게 색은 사람에게 더 많은 의미를 지닌다. 때로는 미적 요소가 되어 사람의 기호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색은 정체성의 개념과 함께 개인과 집단을 지칭하기도 한다. 전자와 후자는 달라 보이지만 사실 색에 대한 기호가 확대되어 개인과 집단의 표상이 된 것이다.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 색은 정보를 넘어 기호와 의미를 갖는다.



색에 대한 나의 기호의 변천사를 보면, 원색부터 채도가 낮은 색, 무채색 순이다. 그리고 기호는 다시금 순환을 반복했다. 원색의 강렬함이 매력적이고, 채도가 낮은 색이 주는 편안함이 좋고, 흑과 백이 주는 순수함과 정갈함이 고혹적이다. 매번 물건을 사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뭔가를 만들 때마다 색에 대한 기호는 변한다. 사실 색을 민감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내가 직접 뭔가를 만들면서부터였다.



현재 나에게 색은 기호의 문제를 넘어 의미를 뜻한다. 색은 정체성으로서 다가온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의 존재가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색의 사람인가. 원색적인 사람의 모습을 지니기도 하고, 때로는 채도가 낮은 색과 어울리는 사람이고, 흑과 백의 사람이기도 하다. 사실은 원색적인 사람이지만 흑과 백을 갈구하면서 점점 채도와 색상이 옅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흑백 사진은 컬러 사진과 다른 깊이감이 느껴진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색을 지닌다는 것이다.

기호로서, 그리고 의미로서.

작가의 이전글 애매한 기도의 효력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