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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애매한 기도의 효력에 관하여

여섯번째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 

엄마는 절에 가서 부처님에게 늘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우리 아들이 사람 살리는 직업을 갖게 해주세요.”



부모님은 내가 의대에 가길 바라며 이렇게 기도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로 보아 나는 의사라는 직업보다 

건축가라는 직업에 더 가까운 상태다.


엄마는 아직까지 나의 진로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는 듯했고,

나는 말했다.



“엄마, 건축가도 사람 살리는 직업이야.

  건축물 안에 사람이 살게 하는거지.”


엄마는 그때 부처님께 올린 기도가 잘못 됐다고 했다.

애매하게 ‘사람 살리는 직업’이 아니라 ‘의사’라고 빌었어야 한다고…

그렇게 나는 맞을 뻔했다.


매일 새벽 기도를 하시던 우리의 어머니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이제 와서 내가 가질 직업이 의사이든 건축가이든 사실 별로 중요하진 않다. 

다만 그 애매했던 기도가 효력이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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