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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언어에 관하여

다섯번째 이야기

어떤 문화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열쇠는 언어에 있게 마련이다.
생각과 느낌을 남과 주고받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 바로 언어이기 때문이다.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언어는 사회적이고, 동시에 개인적이다.


언어는 태생적으로 사회의 산물이다. 무인도에 사람 한 명만 있다면 절대로 언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는 타자와의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수렵채집 사회부터 시작된 생존을 위한 협력의 결과가 언어이다. 최초의 언어가 발생한 그 시점, 그 곳에는 한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의 존재가 언어의 발생을 야기했기에 언어는 사용자가 속한 사회를 반영한다. 동일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비슷한 언어를 쓸 가능성이 높다. 임란을 겪으면서 삶이 각박해진 17세기 우리말에는 거센소리와 된소리를 포함하는 말들이 많아졌다. 수도권 사람들은 ‘졸리다’라고 하고, 경상도 사람들은 ‘잠온다’라고 한다. 핸드폰이 처음 나온 2000년대, 문자를 보내는 데 필요한 ‘알’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음’, ‘~슴’체가 유행했다. 2010년대 게임 용어는 일상 생활에서도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미국의 테러리스트 Unabomber를 체포 과정을 다룬 드라마 「MANHUNT : UNABOMBER」를 보면, 테러리스트를 검거하는 데 있어 그가 쓴 글이 결정적 단서가 되었다. 극중에서 FBI 프로파일러는 테러리스트가 쓴 글에서 개인의 연령, 출신 지역, 학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언어적 특성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Unabomber의 프로파일을 완성하여 범인을 검거한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각색된 부분이 있지만 언어가 개인을 특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언어는 사회적이기 때문에 필히 사용자가 속한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언어에서 여러 사회의 모습이 발견될 때, 이들은 모여 특정한 교집합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언어가 군중 속에서 특정 개인을 지목할 수 있다. 이렇게 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 언어를 극중에서 ‘개인어’라고 명명한다. 고로 언어는 개인적일 수 있다.


대화의 모습


나는 내가 어떠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말하는 것이 되려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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