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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21. 2021

편집된 사실, 진실

여든여섯번째 이야기


사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진실

거짓이 없는 사실



사실과 진실은 같은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사실은 진실의 필요조건이다. 가끔은 헷갈린다.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 기억에 관해서는 특히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늘 편집되고, 왜곡된다. 옛것은 현재의, 혹은 미래의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들춰진다. 과거의 이야기는 그 사람들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되고 마무리된다. 수의 개념도 이에 개입한다. 다수와 소수. 기억에 대한 다수와 소수의 의견이 다를 때, 다수의 기억이 사실에 가까울 수는 있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섣불리 다수의 기억이 후자의 기억에 비해 더 실제에 가깝다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사실’은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 



인간은 욕심이 많은 동물이다. 나중을 위해 물과 음식을 그릇에 담는다. 이야기를 오래, 그리고 더 멀리 전하기 위해 입으로 전해지는 말을 글로 남긴다. 인간은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실체화하는 이상한 동물이다. 사진 또한 이런 인간의 특성을 반영한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남기고자 사진이라는 프레임 속에 기억을 정착시킨다. 하지만 인간의 수단은 무한한 자연 앞에 늘 초라할 뿐이다.



“내 영화는 자연스러움조차 그렇게 보이도록 철저히 꾸며 낸 결과물이지만, 내 사진은 의도적으로 미장센을 만든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우연히 그대로를 마주친 거거든요. 그러니까 완전히 반대죠.”, 영화감독, 사진작가 박찬욱 


사진은 전체를 가리고 일부만을 보여주는 행위다. 어느 면에서 이는 편집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 있어 늘 연속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되새기지 않으면 잊어버리기에. 사진을 좋아하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사진은 그 순간을 종이 위에 각인하기 위해 빛과 시간을 정지시킨다. 이는 어느 면에서는 이로울 수 있으나 전체를 가리고 일부만을 보여줌으로써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건축에 임함에 있어 씬(scene)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여서 이분법과 스펙트럼 사이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이분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전체를 담기는 어렵지만 일부만을 잘라 편집하는 것은 쉽다. 장면이 없는 건축도 좋은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보이는 것을 상상하고, 그리고, 만들 수는 있지만 늘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다시 한번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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