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구나

산후우울증 녹이기 1 :: 털어놓기

by 달빛시

2018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무엇일까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카카오톡 속 이모티콘인 '카카오 프렌즈'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제2의 손과 발이 된 요즘. 메신저 친구들의 인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 하지만 저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들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속깊은 푸우, 조금 엉뚱한 강아지와 그의 친구인 스누피와 우드스탁, 정열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인 소화(소설 "태백산맥" 중), 그리고 미하엘 엔데의 소설과 동명인 모모 등이거든요. 그중 '모모'는 읽을 때마다 곁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 하곤 했는데요.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그들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어요.


산후우울증, 이렇게 녹였어요_1 :: 털어놓기


출산 후의 우울감이 마른 산을 태우는 불처럼 우울증으로 번져 온몸과 마음을 태우던 그 시절. 딱히 연락 올 곳도 할 곳도 없었기에 전화기는 항상 취침모드로 설정해 놓던 그때. 무심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습니다. 방문하지 못한 목소리의 발자국 2개가 찍혀 있었어요. 한 개는 스팸으로 의심되는 것, 다른 한 개는 친구의 전화번호. 마침맞게 아기도 잠든 터라 방문을 닫고 조심스레 친구의 이름을 눌렀지요.


- 잘 지내?

- 응. 너도?

- 나야 뭐.


그러다가 엉겁결에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어요.


- 사실은 나 잘 못 지내.


그렇게 시작된 넋두리. 생각지도 않게 수술을 했고, 젖은 잘 돌지도 않으며, 밤마다 아기는 울어대고, 몸은 천근만근. 그래서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상태라는 것을 긴 시간에 걸쳐서 말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비슷한 말만 반복해 주었지요.


- 그랬구나.


그 말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요. 그렇게 상황을 툭 털어놓고 나니 마음 속 바위돌이 돌멩이가 된 듯했어요. 이후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 친구는 물론 다른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돌아보니 주변에 모모가 생각보다 여럿 있더라고요. 모모 중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 신랑도 네가 그런 거 알아?

- 응? 아, 응...

- 네 상황을 좀더 명확하게 알면 좋을 텐데.


그날 저녁, 신랑도 저의 모모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도 계속적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다는 걸요. 그런데 우울의 껍데기 속에 틀어박혀 있던 저는 그걸 의도적으로 차단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트인 말의 물꼬는 아기를 보러 와주신 어머님께도 가 닿았습니다.


- 어머님, 저 산후우울증 같아요.


다행히 가족들은 저의 상황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었어요. 아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모유수유가 힘드니 분유만 먹이라고도 했죠. 하지만 모모들과의 대화로는 녹일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의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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