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도 녹이기 3 :: 좋아하는 것 하기
가끔 신랑은 제게 이런 말을 합니다.
"죽을 때까지 선생님 하세요."
제 직업은 교사입니다. 아이들이 좋고 학교가 좋아서 교사가 되었어요. 90일 간의 출산 휴가 후,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해 만났던 학생들과 시작한 공부는 마무리를 하고 싶었으니까요.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더욱 반가운 별님들. 수업 후 남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쌤 혹시 산후우울증 같은 건 없으셨어요?"
그 질문을 받기 전에 모모들을 만나고 글을 적어 내려가 보았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던지요. "우울증? 당연히 있었지."라고 말의 물꼬를 트자 별 같은 아이들은 저의 또다른 모모들이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공감해주는 눈치였고요. 그런데 우울증이라는 녀석은 얼마나 간사하던지요. 학교에 가고 아이들을 만나는 동안에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더라고요. 퇴근을 하고 집에 와야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괴물 같은 녀석. 아기가 자고 있는 사이, 방에 틀어 박힌 채 유축을 하면서 우울감과 싸우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도 나잖아'
친구와 가족들에게 우울감을 털어놓고, 그 감정들을 한글 파일 위에 내려 놓기는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인정하지 못해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나도 '나'인데 말이에요. 그래서 혼자 뇌까렸습니다. 우울증이 있어도 괜찮아, 그것도 나잖아.
이렇게 눈 딱 감고 꽉 끌어안아주고 나니 더는 찾아오지 않는 녀석. 아니, 찾아왔음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우울증. 그렇게 저는 산후우울증과 이별을 했습니다. 아니, 친구를 했습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친구가 있지요. 친해지고 싶은 친구, 멀리 하고 싶은 친구, 가까이 두고 평생 같이 하고 싶은 친구. 때론 아무리 싫어하는 친구라도 꼭 마주쳐야 한다면 그러라지요. 잘 대접해서 보내면 되니까요.
그해 인연을 맺었던 아이들을 다음 학년으로 올려보낸 후, 다시 아기와 집에서만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울증과 이별을 했다고는 하지만 혹시라도 다시 노크를 할까 걱정이 되었지요. 그러다가 아이들을 만나고 있을 때에는 녀석이 접근하지 않았던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집에서 아기와 할 수 있는 것 중 좋아하는 걸 찾아보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요리였어요. 한낱 인간일 뿐인 엄마를 새처럼 훨훨 날게 만들어 준 요리. 그래서 더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아기 식사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이제 그것들을 기록하려 합니다. 저 글쓰는 것도 되게 좋아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