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에세이 8 :: 단호박 닭고기 미음
저희 부부는 같은 방을 씁니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이 쓰는 방은 침실만이 아니거든요. 침실 말고 같이 쓰는 방은 작업실입니다. 이름은 다소 거창하지만 그저 길다란 책상 위에 각자의 컴퓨터와 책들이 놓여있는 곳이에요.
조금 전 제 옆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신랑은 '에잇!'라면서 밖으로 나갔어요. 그러고는 고구마칩 한 봉지를 들고 들어왔는데요. 뭔가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었나봐요. 고구마칩이 아주아주 달달하거든요. 옆에 있으니 당의 관대한 다스림 하에 불꽃이 솟구쳤던 마음이 수그러 드는 게 보이네요. 저도, 세상 많은 사람들도,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하듯이요.
사람이 단맛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생존 본능 때문이라고 합니다.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와 적혈구. 그것의 에너지원이 되는 건 포도당, 그러니까 쌀이나 과일에 많이 들어있는 당분이라고 해요 하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농경 이전의 구석기 시대까지 올라가 봅시다)은 지방이나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었잖아요. 그래서 흔히 먹을 수 없는 단맛의 포도당, 그러니까 탄수화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성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듯해요. 어떤 연구에서는 양수 안으로 달콤한 맛을 넣으면 태아가 양수를 더 많이 먹는다고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였을까요? 닭고기 미음을 잘 먹지 않았던 아기. 비슷한 레시피에 달달한 단호박만 좀 삶아 으깨 넣으니!
재료 : 불린 쌀 15g 닭고기 10g 단호박 15g 물 200g
도구 : 믹서, 체, 이유식 냄비
과정
0. 닭고기는 찬물에 담가 핏물 빼기, 쌀은 미리 불려놓기 (둘다 30분 이상)
1. 불린 쌀을 믹서에 갈기 (물 20g과 함께)
2. 물 100g과 함께 닭고기 익히기 (육수 버리지 않기)
3. 물 50g로 깍둑 썰기 한 단호박을 익히기
4. 2,3을 함께 넣어 갈기 (믹서에 남은 것들은 물 10g과 함께 씻어서 담기)
*여유가 있으면 2의 닭고기만 갈고 3의 단호박은 따로 으깨도 돼용. 저는 귀찮아서 같이 갈았어요.
5. 4를 센불에서 끓이기 (끓으면 약불로 줄여 남은 물로 농도 맞추기. 거의 안맞춰도 됨)
6. 5를 체에 거르기
단호박만 조금 삶아 으깨 넣으니, 아기가 무척 잘 먹더라고요. 역시 달달함은 전세대를 아우르는 마법의 맛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