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에 잤구나?

잠 못 드는 아이들

by 달빛시

배움의 길 위에서 ‘시험’은 이정표 같은 것입니다. 시험을 통해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험의 본질은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것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시험을 석차를 내는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명문대 입학’이라는 좁은 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문은 ‘대기업 입사’ 혹은 ‘전문직’ 등의 또 다른 좁은 문과 이어져, 결과적으로 많은 돈을 버는 안락한 삶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타인은 어느 브랜드를 입고, 들고, 타고 다니는지, 심지어 지난 휴가에는 어디에 다녀왔는지마저 살피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누군가에게 돈은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래서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명문대에 가야 하고, 그러려면 시험에서 앞서야 합니다.


지금은 비중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학군지 아이들에게 수능은 여전히 입시를 위한 가장 손쉬운 전략입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위해서는 특목고에 진학하는 전략도 유효하기 때문에 중학교 내신 성적을 잘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척 중요하고요.


코로나 시기, 우리는 코와 입은 가렸지만 눈은 가리지 않았습니다. 등교는 못 했지만 시험은 치렀던 것처럼 말입니다. 시험은 학교의 눈과 같았던 걸까요?


코로나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썼고, 얼굴의 나머지 부분만으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 눈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4월 중순. 몇 주 후에 치러질 중간고사가 가까워질수록 눈의 흰자위가 붉게 물들거나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짙어지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그 아이들과 온오프라인으로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거였습니다.


“공부 시간을 조금만 줄이고 잠을 더 자면 어떨까?”


아이들은 이 말을 다소 치기 어린 교사 발언쯤으로 받아들이는 눈치였습니다.


“숙제가 많아서 못 자요.”

“저도 자고는 싶은데, 할 게 많아서요.”


하루는 피부가 밀가루처럼 고운 아이의 다크서클이 마스크를 넘어 턱 밑까지 점령한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구, 잠을 못 잤나 보다. 다크서클이 장난 아니네. 어제 몇 시에 잤어?”

“세...”

“세 시? 아이쿠, 조금만 더 일찍 잠들지.”

“아니요, 세 시간 잤어요.”


놀라운 건 그 옆 아이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네 시간 잤는데요?”

“시험만 끝나면 더 잘 거예요.”


공부를 안 하면 소외되고, 잠을 줄이며 공부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학군지를 찾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최소 여섯 시간은 자는 제게 이곳은 앨리스의 땅굴 같았습니다. 역으로 아이들의 눈엔 제가 체셔 고양이였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시험이 끝나는 날. 아이들에게 홀가분하게 외쳤습니다.


“오늘은 저어어얼대 공부하지 말자! 집에 가서 잠도 푹 자자! 혹시 부모님이 학원 가라고 하시면 오늘은 시험 끝났으니까 담임샘이 공부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하자! 책임은 내가 질 테니, 공부는 내일부터 하자!”



(사진출처: 존 테니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 중에서, https://7-luck.tistory.com/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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