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러기 May 13. 2021

함구

대단한 시작은 없어, 시작이 대단한거지: <한달간 하루 10분 글쓰기 챌린지>

오늘의 생각거리: 나를 성장시킨 어느 관계가 있으신가요?


제 첫 직장은 작은 NGO 단체였습니다. 젊은 활동가들이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일하던 곳이었죠. 함께 일하던 활동가들은 국장, 실장 등의 직함을 달고 있고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혹은 대학 졸업 전부터 일을 시작하여 벌써 5년 이상 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20대 후반, 30대 초반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지금의 나이가 되니 그 나이는 참 어려 보이지만, 20대 중반의 저에겐 까마득한 선배이자 무서운 상사였습니다. 저의 선배들은 제가 기관과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전문가가 되고, 또 여러 영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기를 기대하였습니다.


저는 제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정책과 법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해야 했습니다. 또한 비정부·비영리기관의 조직 운영과 회계 등 배워야 할 것도 많았습니다. 이제 사회 초년생이었던 저는 무엇을 하든지 서툴렀고 느렸습니다. 제가 속한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업무도 익히게 하였는데 특히 회계팀의 업무는 워낙 덜렁대는 성격인 데다 셈도 밝지 못한 저에게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모두 퇴근 후 혼자 남아 회계 시스템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제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나 봅니다. 저희 기관뿐만 아니라 법인 전체의 여러 기관의 운영비를 완전 뒤죽박죽 섞이게 했는데, 심지어 저는 저의 실수를 알아차리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월초에 했던 실수는 월말 정산을 할 때야 드러났고 기관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저를 뺀 전 직원이 며칠씩 밤을 새워서 수습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했다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그런 큰 일을 한참 뒤에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저의 선배들은, 이 과정이 저를 성장할 수 있게 여러 일을 맡게 시켰던 선배들의 책임이라고 판단했고, 이 일로 꾸중을 하면 제가 앞으로 새로운 일을 맡게 되는데 주저함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일에 대해서 함구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맡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와 위치에서 바라보니, 그때 선배들의 결정이 절대 쉽지 않았음을 너무나 잘 압니다. 첫 직장, 이렇게 멋진 선배들의 관계에서 저는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함수와 순열을 공부해야 할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