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에 후배가 사는 작은 바닷가 마을로 짧은 주말 여행을 떠났습니다. 후배는 서울에 있는 대기업을 8년쯤 다니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고 농어촌으로 발령이 나는 공기업에 취업하였습니다. 저녁 9시만 되어도 배달 어플에 배달가능한 곳이 없다고 뜨는 고요하고 작은 마을의 후배 집으로 저는 종종 쉬러 갑니다.
기차역이 있는 근처 도시로 후배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저는 약국을 찾았습니다. 지난주는 정말 바쁜 한주였습니다. 정신없이 일이 몰아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계속 편두통을 달고 살았습니다. 여행을 떠나면 좀 괜찮아질지 알고 약을 챙기지 않았는데 기차를 타고 오는 도중 계속 편두통이 심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후배네 집까지는 한시간 반쯤 차를 타고 더 가야 합니다. 도착하면 깨울테니 약을 먹고 눈 좀 붙이라고 후배가 말해주었습니다. 늦은 밤 혼자 운전해야 하는 후배에게 미안했지만, 전 차를 타자마자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30분 쯤 지나자 약이 효과가 있는지 좀 나아졌습니다. 전 핸드폰을 꺼내 E-book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누나, 뭐해?”
“책 읽어. 이번 주에 읽기로 한 영어책을 다 못 읽었거든.”
“그거 왜 읽는 건데?”
“기차에서 읽으려고 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 못 읽었어.”
“아니, 그거 왜 읽는 거냐고?”
“응? 나 매주 영어책 몇 페이지씩 읽기로 계획했는데, 이번 주 너무 바빠서 못 읽었어.”
“그래서? 그거 못 읽으면 뭐 어때서? 머리도 아프다면서? 뭐 한다고 그러고 있는 건데?”
“아니, 승진을 위해 토익시험 본다고 코피 흘리며 영어 공부하던 ○○기업 다니시던 누구님이 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
웃으며 운전하고 있는 후배의 얼굴을 보는데, 후배의 얼굴이 사뭇 진지합니다.
“나 그렇게 살다가 정말 나 뭐하고 있냐는 생각이 들어 회사 그만 둔 거잖아. 누나, 너무 힘들게 살지 말자! 쉬겠다고 여기까지 내려온 것이잖아.”
순간 안 그래도 아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주말에도 웨비나에 참여하겠다고 신청을 해두었고, 주말에 읽겠다고 두꺼운 경제도서도 가방에 한 권 가져왔었거든요.
E-book 어플을 껐습니다. 웨비나 참여 신청도 취소했습니다. 책은 가방에서 꺼내보지도 않았습니다. 후배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었습니다. 지금 당장 뭘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니 편두통약도 최대한 먹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아플 때면 좋은 공기를 마시며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힘을 빼고 주말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