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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러기 Mar 10. 2021

토모에게

언제나 네가 보고 싶어


토모야, 잘 있니, 잘 지내니?

너에게 잘 있니 라고 물어도 너는 대답해 줄 수 없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난 지금 네가 어디에 있는지, 더 이상 아프지 않는지, 잘 지내는지 너무너무 알고 싶어.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내가 마지막 보았던 힘든 모습은 아니기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어.


무지개에서 뛰어 놀고 있는지, 바다를 따라 흘러흘러 가며 전 세계를 구경하고 있는지, 밤하늘 반짝이는 별에서 쉬고 있는지, 아님 이 꽃, 저 꽃 찾아 날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있는지, 그러다 가끔 나에게 한 번씩 찾아오는지, 네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는 너무너무 궁금해.     


18년간 너를 혼자 둔 시간이 너무 많아 정말 미안해. 마지막까지 널 병원에서 혼자 보낸 것도 너무 미안해. 맛있는 것도 못 먹게 하고, 마지막까지 먹기 싫어하는 약만 먹여 진짜 미안해. 더 같이 놀아주고 너 먹고 싶은 대로 먹게 할 걸,, 네가 먹기 싫다는 약 같은 거 그렇게 억지로 먹이지 말걸...     


근데 토모야,

그래도 난 너에게 미안한 것보다 고마운 것이 너무 많아.

어제도 우리 집 식물이 죽었어. 사 온 지 2개월 정도 되었나? 너도 알다시피 난 그런 사람이잖아. 화분 하나도 잘 보살피지 못하는... 그런 나와 18년이나 같이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무심하고 잘 돌보지 못하는 나인데도 나와 함께 오랜 시간 같이 해 주어 감사해.     


18년간 내가 한국에 없었던 날들이, 너와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이 족히 5년은 넘을 텐데, 그런 나를 주인이라고 늘 사랑해주어 고마워. 1년 만에 해외에서 돌아왔을 때 첫날밤은 내가 누군지 몰라보다가 다음날 아침, 네가 침대에 올라와 정말 좋아하며 헥헥거리며 나를 반겨줬잖아. 난 자다 일어나 네가 너무 헥헥거려서 어디가 아픈 건 알고 병원에 데려갔더니 너무 좋아해서 흥분한 상태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난 널 두고 그렇게 오랫동안 다녀와서 참 미안했고, 그렇게 날 기다려준 네가 참 감사했어.     


내 감정 다 알아서 기쁠 때 같이 기뻐해 주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빠 돌아가셨을 때 집에 돌아와 울지도 못하고 있는 날, 울려 주었던 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 넌 그 누구의 백 마디 말보다도 나에게 더 큰 위로를 줬었지. 널 안고 펑펑 울었는데.. 그때 넌 정말 따뜻했는데 말이야. 그런 따뜻한 너를 다시 한번만 더 안아볼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내 감정 다 아는 너인데,, 마지막에 그렇게 울지 말걸.. 그렇게 소리 지르며 절규하지 말걸.. 의연하게 보내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안해.. 마지막에 집에서 널 보내지 못했던 건, 네가 너무 아파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너를 보는 내가 너무 아파서 그렇게 선택한 건지도 모르겠어. 너의 마지막이 병원이 아니라 집이었으면 더 좋았을까?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병원에서 아파하는 널 백번 쓰다듬고 돌아오면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널 내일은 보내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새벽 네가 스스로 떠나가 주어서.. 그것도 나는 정말 고마워. 넌 마지막까지 나를 생각했나 봐. 아마 나 스스로 널 보내줘야 했다면 난 그 선택을 또 몇 백번 몇 천 번 자책했겠지. 너를 보내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마 내가 너의 죽음을 선택했어야만 했었던 거였다면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아마 너는 이런 나를 알아서 그렇게 스스로 떠나갔나 봐.     


네 유골을 가지고 집에 돌아온 날, 얼핏 잠든 나에게 찾아와 평소처럼 내 다리 근처에서 자고 갔던 거 맞지? 그건 정말 꿈이 아냐. 이불을 끌어당기는데 당겨지지 않아서, 아냐, 토모가 아냐, 돌아보면 나 너무 슬플 거야. 했는데, 이불을 두세 번 당겼더니 네가 평소처럼 몸을 일으켜 귀찮은 듯 침대에서 내려갔잖아. 나는 네가 움직이는 것도 느꼈고, 네가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소리도 들었어. 놀라서 돌아봤더니 네가 몇 초간 항상 침대에서 뛰어내리면 있던 자리에서 평소의 아침처럼 날 쳐다봤잖아. 이거 꿈 아니었던 거 맞지? 그렇지?     


고마워. 그렇게 다시 찾아와 주어서...

토모야. 누나가 너무 힘든 날 다시 한번만 와 줄래?

쓰다듬는 거 좋아했던 넌데, 마지막 날 백번만 쓰다듬어서 너무 미안해. 이백 번 쓰다듬을 걸.. 얼마나 후회하는지 몰라. 널 한 번만 더 꼭 안아줄걸,, 딱 한 번만 더 안아봤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더 와줘...     


고마워. 토모야.

너와 함께 해서 행복했던 18년이었어.

미안한 게 정말 많지만, 그래도 고마운 게 더 많아서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할래.     

고마워. 사랑해.

잘 지내. 꼭 잘 지내.     

우리 꼭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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