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의 출발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김동률 가수가 부르는 출발이라는 곡입니다. 전 여행을 갈 때면 이 곡을 꼭 플레이리스트에 넣습니다. 여행 내내 수십 번 듣다가 혼자 길을 걸을 때면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경쾌한 곡도 좋지만 전 이 노래의 가사가 정말 맘에 듭니다.
제게 여행의 의미를 묻는다면 전 이 노랫말을 그대로 읊어줘도 된다고 생각할 만큼 이 노래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의 들뜸이 좋습니다. 새로운 풍경은 절 들뜨게 하고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떨게 합니다. 평상시와 달리 씩씩해져서 넘어져도 탈탈 털고 일어나게 합니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가방은 되도록 작고 가볍게 꾸립니다. 6개월을 여행했던 중남미 여행에서도 배낭은 7kg면 충분했습니다. 가방이 가벼울수록 멀리 많이 갈 수 있습니다.
여행가방을 싸다 보면 이렇게 많은 것이 필요 없는데, 이만큼으로도 충분히 몇 개월씩 살아갈 수 있는데, 평소에 너무 많은 것을 욕심 내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촘촘한 여행계획도 필요 없습니다. 계획한 대로 그대로 지켜지는 여행은 없습니다. 내일 여행할 곳의 정보를 오늘 찾아보고, 막상 내일이 오면 잊어버립니다.
발걸음 닿는 대로 가도, 그러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도 괜찮습니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저는 종종 혼자 여행을 떠납니다. 혼자 여행 가면 심심하지 않냐고 사람들이 묻지만,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혼자 여행을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납니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여행이 아니라면 이렇게 각기 다른 나라와 지역에서 사는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여행의 들뜸으로 사람들은 본인의 허울을 내려놓고 금방 친해집니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낯섦은 늘 두렵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안락한 나의 잠자리, 내 입에 맞는 음식, 오래된 친구가 금세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곧 돌아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넓은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좁은 나의 침대에 몸을 누일 때의 안락함이 나의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