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작가의 인터뷰에서 찾은 평범함의 특별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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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해 보이는 내 모습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어릴 땐 특히 그렇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반짝이는 라벨을 단 것마냥 그보다 소중한 것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직접 한 곡씩 MP3에 넣은 플레이리스트도,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도, 늦은 밤마다 느껴지는 불안한 감정도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이 가진 특별함이 극대화될 때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해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성장은 평범함에서 올 때가 많습니다. 박찬욱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을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멀리서 보면 다들 평범하지만 모두 자기만의 특별함이 있잖아요. 좋든 나쁘든 그런 특별함 말이죠. 근데 어떻게 보면 반대로 특별함에서 평범함으로 가는 게 '성장'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이 있었거든요.
그 예로 운전면허를 땄을 때 '남들처럼' 운전할 수 있게 되어 기뻤고 '엄마처럼'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도 이제 희노애락이라는 걸 알게 되겠구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몇 분 안 되는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며 요즘 제가 느끼는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저는 평범해져 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결혼'이라는, 단어부터 뻔해 보이는 인생 스테이지를 준비하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식은 중요한 이슈가 아니고요. 제 인생에 절대 쓰지 않을 것 같던 단어를 쓰고, 남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았을 사람과 가족이 되고 그들의 안위를 살피게 되는 것이 더 큰 일입니다. 어린 제가 이 얘기를 들었다면 지금의 저를 무척 고리타분하게 봤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정말 기분 좋은 경험들이 많습니다.
나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른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궁금함이 많아졌고요. 마음으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내용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최근에는 재밌는 경험 하나를 했는데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양가 부모님 선물을 준비한 일이었습니다. 결혼 예정 커플이 해야 할 너무 뻔한 행동 같아서 '내가 이런 일을 하다니'하는 민망한 웃음이 스멀스멀 났었죠. 하지만 이틀 내내 선물 받은 스웨터를 입으시는 당신들을 보니 자식의 선물이 가지는 의미에 뭉클해지더라고요. 평범한 건 생각보다 멋지고 대단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서, 작가는 본인이 생각하는 평범함의 정의로 끝을 맺습니다. "자기 자신의 특별함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게 평범함인 것 같아요."라고. 즉, 평범해진다는 건 내가 이해하는 세상과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확장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꽤 멋진 일이던걸요.
- 평범함이 주는 특별함이 좋아진 데이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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