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투자가 인간의 욕심과 낙관적 경향 때문에 대게 긍정적인 면에 방점을 두고 지나친 일반화와 포괄적 진술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 그렇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하워드 막스, 비즈니스북스, 2018)
주말 아침, 단잠에 빠져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간인데 집 앞 공사장의 시끄러운 중장비 소리에 잠에서 깬다. 아파트 앞뒤로 신축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주변에 꽤 많은 건물들이 새단장을 마치고 리스를 홍보가는 간판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기왕 일찍 일어난 거 서둘러 부모님 댁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한다. 갈 때마다 늘 지나야 하는 고속터미널 차량 체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놀랍게도 일요일 오전에도 그 길은 막힌다. 이곳은 가끔 지날 때마다 늘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수십대의 크레인이 빽빽하게 들어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계속 새로운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광경은 매번 놀랍기만 하다.
체증을 뚫고 서울을 벗어나니 곳곳에서 아파트를 짓는 공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빽빽하게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에 채 입주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주변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아내는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
“지금도 이렇게 많은데 더 지어도 되는 걸까?”
건설경기는 자본주의 경제가 순환하는 사이클과 동행하나 일부 시차가 발생한다. 이는 집을 건설하는데 허가를 받고, 착공에서 완공까지 긴 리드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집이 부족해 수요가 공급을 앞서게 되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는 공급대책을 내놓게 된다. 하지만 긴 리드타임으로 인해, 그리고 유독 부동산을 사랑하는 우리의 특성상 지금을 놓치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상승폭을 키우게 된다. 게다가 우리 시장에만 존재하는 금융부채로 포함되지 않는 전세금이 레버리지로 활용되기 때문에 단지 땅이 좁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부동산의 긴 리드타임 때문에 호황기에 대거 늘린 주택공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면 악성 미분양 물량이라고 언론에 소개되기도 하며, 이로 인해 건설사가 큰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균열을 내는 어떤 위기가 찾아와 금융시장은 요동을 쳐도,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굳건하다. 어려운 시기만 잘 버티면 다시 오를 것이란 견고한 믿음이 엄청나게 증가한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만든다. 하지만 은행이 신용을 조여서 이들도 버티다 못해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는 사이, 건설사는 타인자본 조달이 힘들어 지기에 공급되는 주택이 감소하게 된다. 보통 1~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바닥을 지나기 시작한다.
부동산은 긴 리드타임과 당장 현금화가 힘든 비유동자산이기에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지난 30년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이클 속에 있었기에 자본주의의 균열이 나는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빨리 극복했다. 하락은 짧았고, 장시간 상승을 이어져 왔기에 깨지지 않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한편 살펴보도록 하자.
과거의 부동산 시장
1997년, IMF 외환위기란 파도를 온 국민의 힘을 모은 덕택에 넘을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또한 큰 어려움 없이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균열이 생길 때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소득은 증가하고, 인구는 늘어나는데 좁은 땅덩이로 인해 주택은 늘 부족했다. 그 덕에 부동산 가격은 영원히 오른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여기에 정책적 실패가 더해지면서 그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계기를 제공했다. 2000년대 중반, 고 노무현 대통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 값을 잡겠다!’라는 단호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던 이유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의 근원을 투기에서 찾았던 게 원인이었다.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 방지책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건축 허가와 착공이 감소하면서 공급이 줄어들었고, 이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자 부랴부랴 공급정책으로 선회했고, 그 사이 미국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늘어난 매물이 쌓이며 미분양이 급증했다. 쌓인 미분양 매물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허가와 착공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건설사도 수주가 크게 감소하면서 수년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 시기 ‘하우스푸어’란 신조어가 생겼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다. 하지만 워낙 그 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전부 잊히게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건설사 CEO 출신답게 다시 공급을 늘리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다만 허가와 착공이 증가한다고 해도 바로 건설사의 수주로 이어지지 않음이 그래프를 통해 확인된다. 2013년을 기점으로 수주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5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말기부터 공급을 줄이기 시작해 현 정권에서는 공급이 더 축소되며, 성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과 공급 부족이란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것이다. 현재 미분양 물량은 20년 내 최저 수준까지 감소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고, 인구가 아직 증가하고 있으며, 예상보다 빠른 세대수의 증가로 인해 아직 집이 부족한 상황이다. 즉, 공급이 축소되는 시기와 맞물려 집값이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투기수요를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이 다시 확인이 되었다. 과거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누르지 못했던 정책이 답습되면서 다시 한번 큰 상승을 불러왔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주택보급률이 전국적으로 100%를 넘었고, 서울과 수도권도 이에 근접하고 있기에 투기수요가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는 인식과 그에 따른 정책이 큰 패착이라 생각한다. 소수의 사람이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들의 매도를 유발하면 상승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더불어 과잉공급이 발생해 집값이 급격히 하락한다면 이 또한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수요의 억제와 다주택자의 매물을 매도로 유인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했다.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면 매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인구성장이 정체되고, 이와 비교했을 시 집이 더 많이 공급되고 있기에 수요의 억제만으로 충분하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과한 점은 인구의 성장은 정체되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가구의 숫자가 증가했다.
즉, 세대수는 증가하는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공급을 축소한 것이 패착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자 서둘러 정부는 대대적인 공급정책을 내놨다. 앞으로 전국 주택 80만 호 공급은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약 72,000호를 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연평균 10~20만 호 공급될 수 있다고 본다면 실현될 시에 장기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가구가 주택보다 많기에 공급이 정체되거나 축소될 때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그 비율은 꾸준히 감소해 왔으며, 대규모 공급정책은 아무리 세대수가 증가할지라도 인구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의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여기까지는 과거 정부와 정책이 유사하다. 그러나 서울은 계속되는 인구 전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이 부족하다. 부동산 정책은 내놓는다고 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기에 시차가 존재한다. 아직까지 상승이 요인이 존재하기에 이제부터 부채를 놓고 볼 필요가 있다.
가처분소득 증가가 가팔라지고, 상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성장이 정체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대출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출을 총동원해야 한다!
과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정부가 권했지만, 자산시장이 정체되었던 시기에는 소득 대비 대출의 비율이 감소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자산시장을 상승시켜 주겠다는데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활황을 따라 다시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연봉이 6,000만 원이고, 가처분소득이 3,000만 원이라 한다면 부채는 약 6,600만 원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한 2년 허리띠를 졸라매 갚으면 되는 수준이니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