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이들에겐 지금이 청춘이다.
주말인데 출근을 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줄이 없는 편함을 선택하느라 사용하고 있는 무선 이어폰이 하필이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작동하지 않았지만 케이스를 열어 귀에 장착하고 이내 다시 빼는 것이 혼자 멋쩍은 순간이었다. 사실 민망하기도 했지만 정류장에서 나와 같은 버스를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딱히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소음에서 조금은 멀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이어폰은 단순한 소음 차단 정도의 효과는 있었지만 온 세상이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주지 못했다. 담소라고 하기엔 큰 목소리의 어르신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것은 그때이다.
어르신 1 : "날씨가 부쩍 추워졌어"
어르신 2 :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아직은 조금 움직이면 더워"
어르신 3 : "아직 아니여. 난 아직 여름 인디 덥다 더워 아직 이렇게(어르신 1을 바라보며) 긴팔 입을 땐 아녀"
어르신 1 : "아이코 아직 청춘이네 청춘이여~"
이렇게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문득 청춘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유행이었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로는 마치 명언처럼 "아프니까 청춘이라잖아,,"라고 청춘의 힘듬을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그리고 뭔가 힘들 때 "아프니까 청춘 이랬어..."라고 되뇌게 되는데 단순히 국어사전에 나오는 뜻풀이로 본다면 엄연히 말하면 나는 청춘이 아니다. 내 나이는 이십 대가 이미 훌쩍 넘어도 미안할 정도로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청춘]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참 많이 쓴다.
한 겨울에도 패딩 하나만 입고 거뜬히 산을 오르락내리락하시는 여든이 넘은 어르신을 뵈면 "어우 어르신 아직 청춘이십니다."라고 하며 대단함을 청춘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또 어린애들이 지치지 않고 밤새 노는 것을 보면서도 "어우 역시 청춘이네 " "젊으니까 좋네"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다.
이렇게 여든이 넘은 어르신 에게도 칭찬의 의미로 쓰고, 활기 왕성한 사람을 보고도 청춘을 부러움의 대명사로 쓴다. 동갑내기 친구가 나보다 더 한 체력을 자랑하고 젊게 사는 것 같을 때에도 청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춘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나온 팔팔했던 시간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사전적 의미로 청춘(靑春) ::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로 표기되어 있지만,
한자 그대로를 풀어 보면 ::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①십 대 후반(後半)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人生)의 젊은 나이 ②또는, 그 시절(時節)이라고 되어 있다
반드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나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생의 푸르른 봄 같은 때를 지칭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가 찬란하게 빛났던 때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각자가 느끼는 "청춘(인생의 푸른 시절)"은 딱히 이십 대 일수도 있지만, 사십 대 에도 그런 시기가 있었을 것이고, 오십 대에도 푸르른 청춘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게 언제여도 좋다. #청춘은 모두가 겪어내는 어느 한 시기 그리고 애틋한 그림움과 낭만을 남기는 동시에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열정으로 살아냈던 시기를 의미하는 거라 생각한다.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가 오늘을 처음 살아내는 것이고, 경험하는 일들은 다 다를 것이다. 각자의 순간에 가장 서툴지만 자신도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고, 그것을 느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넘쳐 세상 무서울 것이 없던 그때, 그리고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 그 어떤 시간이 온다면 그때가 바로 청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난도, 고뇌도, 세상 두려움도,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모두 웃어넘길 수 있었던 그때 그리고 그렇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앞으로의 그 어느 날... 그리고 훗날 청춘으로 기억될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지금이 내 인생의 청춘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