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면 쉬워지는 것들_1

by HEllENA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삶이 참 많이 바뀌었다. 많이 바뀌기도 바뀌었지만 온 택트, 언 택트라는 단어들이 생기면서 알아 할 것들도 많아졌다. 그중에 하나가 [QR 체크인]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업종은 고위험 시설군으로 분류되어 있는 대형 학원이다.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올해 초부터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했다. 발열 체크기가 필요했고, 교육청과 구청에서 수시로 나와 방역 체크 대장, 학원시설 필수 의무 사항들을 매일같이 기록해야 했으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물론이고, 전 직원들과 시간제로 근무하시는 강사들까지 하루에 두 번씩 발열 체크를 하고 온도를 적어야 했고,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 증상이 있는지까지 기록해야 했다. 그리고 4월 초 즈음부터는 QR 체크인은 준수 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되었다.


지금이야 웬만한 곳에 방문을 할 때는 대부분 QR 체크인을 진행하기 때문에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 께서도 한 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테지만 일부 기관에서 처음 QR 체크인을 진행할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컴플레인이 쏟아져 나왔다. 일일이 설명을 해 드려야 함은 물론이고, 설명을 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헤매시다가 급기야는 "뭐 이딴 거까지 하라고 해!! "라고 화를 내며 뜬금없는 것 들까지 꼬투리를 잡아서 아수라장을 만드시는 학부모님들도 계셨다.


학원시설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발표되고 난 후에는 상황이 더 난감해졌다. 학생과의 2M 거리를 유지하는지, 환기는 적절히 시키고 있는지, 방역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방역 대장은 기록하는지, 발열 체크를 하는지, QR 체크인을 하고 있는지, 온도 체크에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 증상이 있는지를 다 기재해야 하고 위의 것 중에서 하나라도 지키고 있지 않으면 바로 학원 운영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새벽같이 출근해서 구청과 교육청에서 준 양식을 변형시키지 않으며 세세하게 칸을 만들어서 기록 대장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발열 체크를 하고 온도를 직접 기록하게 하면서 대장에 한 번 더 수기로 이름, 연락처까지 적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일일이 설명드리려니 설명을 하는 사람도 설명을 듣고 가뜩이나 번거로운 것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것에 난색을 표하시는 분들도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우리 회사에도 변화가 있었고 그 덕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던 스태프들을 채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후로는 일일이 설명하는데 인력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점이 당황스러웠다. 지금이야 정부의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현장에서 진행하는 설명회는 하고 있지 않지만, 7월 말까지만 해도 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에서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한 타임에 20~30명의 학부모님들이 참가하는 설명회를 진행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화를 내시거나 투덜거리시며 핀잔을 주시는 분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정부 지침이라고 입구에서부터 대문짝만 한 포스터를 붙여 놓고 직원들이 돌아가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안내를 하고 있는데 당장 설명회에 늦게 참석하는 것이 화가 나시고, 등록을 하러 왔을 뿐인데.. 내가 내 돈 내고 내 자식 수업을 결제하겠다는데 이렇게 번거로운 것들을 하라고 하냐며 성을 내시며 마치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일부러 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어찌 너그러이 웃으며 이해를 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나도 사람인지라 지나치게 화를 내시는 학부모님들이 에게는 "정부 지침이에요, 저희도 이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설명 일일이 해드리는 것도 저희도 힘들답니다."라는 말이 정말이지 혓바닥 끝까지 밀려오는 것을 입술로 꾹꾹 눌러 웃음으로 막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알려드려도 잘 따라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대문짝만 한 포스터를 단계 단계 출력해서 여기저기 벽에 붙여서 학원 스케줄이나 게시물보다 더 많이 도배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 로그인이 안 되어서 로그인부터 알려드려야 하는 분, 핸드폰이 해외폰이라서 인증 자체가 안 되는 분들, 카카오톡을 사용 안 하시는 분들까지 난관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을 '난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니 왜 이걸 모르는 거야' '어떻게 모를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투덜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더 쉽게 설명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5월 중순 즈음에 설명회에 참석하신 한 학부모님이 계셨는데,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아버님은 네이버는 검색창으로만 사용하시고, 카카오톡은 어플 자체를 깔지 않으신 분 이셨다. 너무 난감해하시면서 아이디 찾기를 통해서 네이버 아이디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오자 옆에서 어머님이 핀잔 섞인 말투로 한마디 거드셨다. '그러게 내가 진작 카카오톡 깔라고 했잖아요.'라고 말이다.


순간 이년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에 등록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원치 않아도 알려지고, 알게 되는 것이 불쾌하고, 불특정 다수가 너무 성의 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카카오톡을 '이해할 수 없는 문명'이라고 여기셨던 나의 아빠가 생각이 났다. 물론 지금은 가족 단톡 방을 만들어서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시기도 하시고, 좋은 글이나 중요한 얘기들은 가족방에서 공유하고 계시지만 말이다.


사실 아빠가 처음부터 이렇게 디지털을 잘 다루시는 분은 아니었다. 카카오톡을 제외하고는 원조 아이폰 유저에, 네이버 카페와 밴드 활동을 종종 하시며, 카메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유튜버를 구독하며 유튜브까지 시청하시는 우리 아빠이지만 처음엔 누구 나와 같은 '처음'이 있었다. 야근하고 12시에 퇴근하는 날이면 가끔 내가 오기만을 졸린 눈으로 기다리시다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을 물어보시기도 했고, 또 일찍 퇴근하는 날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시면서 노트북으로 카페 가입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시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실 야근을 하고 들어가는 날에만 나를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늦게까지 기다렸어요 차라리 전화를 하지 그럼 내가 좀 더 일찍 들어왔을 텐데"라고 투정 섞인 얘기를 하기도 했고, 어느 때는 아빠가 날 부르는데 피곤하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 엄마도 핸드폰 사용은 익숙했지만 뭔가를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마다 가입을 해야 한다고 종종 카톡으로 나에게 구매 창 링크를 보내셨는데, 간혹 내가 '나중에 하지 뭐'라고 하고 잊어버려서 주문을 안 한 물건인데 2주 동안 물건이 도착을 안 하는 줄만 알고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못하고 물건만 기다린 적도 있었다. 사실 이렇게 물어보시는 것들은 정말 1~2분이면 알려드릴 수 있는 간단간단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언제나 세상 모든 신문물을 누구보다 제일 먼저 습득할 것 만 같았던 나도 나이가 들면서 우리 학생들이 "쌤~ 이걸 몰라요?" "요즘 이거 모르면 아싸예요" "쌤 뭐예요~~ 요즘 이게 이게 유행이에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딸이 들어오는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눈치를 보며 참았던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을 너무 미안해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과 표정이 읽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과 관계없이 물어보는 것이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드리려고 노력했고, 그 시간들을 늘려갔다. 한번 알려드렸지만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재차 알려드린 것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일찍 퇴근하는 날을 만들어서 세상 신기한 것을 자랑하는 초등학생 아이로 돌아가 엄마 아빠한테 설명해드렸다. 또 가끔은 가족 단톡 방에 오늘은 뭐 궁금한 게 없는지 묻곤 한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학부모님들을 대할 때 나의 엄마 아빠라고 생각하고 대하기 시작했더니 내가 편해졌다.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운 나인데 그래서 만일 누군가가, 그것도 딸 또래보다도 어린 누군가가 엄마 아빠가 조금 모른다고 성질을 내거나 불쾌하게 응대한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어른들을 이해했더니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설명을 하는 것이 번거롭고 짜증 나는 일이 아니었고 당연히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면 모를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20대의 우리가 누구보다 빨랐지만, 이제는 10대 아이들에게 구식이고 꼰대이며, 세대 차이가 나는 어른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학원에서 전혀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고가의 수강료 때문에 카드로 수강료를 결제 어쩌다 들르시는 학부모님들께도 먼저 웃으면서 설명드리기 시작했고, QR 체크인을 하는 방법과 앞으로 이런 것들을 더 많은 기관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안내도 함께 하면서 네이버가 안되면 카카오톡으로 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카카오톡이 안되면 네이버로 하는 법을 알려드리기 시작했다. 하물며 지난주에는 네이버 로그인이 안 되시는 학부모님 아이디를 아이디 찾기를 통해서 찾아드린 적도 있다.



조금씩 천천히 변해가는 것이 아니고 초 단위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삶의 방식까지도 변해가는 요즘 좋은 변화가 아닌 통제하는 변화로 흘러가다 보니 작은 것에 쉽게 짜증 내고 화가 나는 것도 현실이다.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되어가고,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너무 당연한 것으로 변해가는 뒤죽박죽인 세상에서 어쩌면 나와 같다고, 내 입장이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면 급격하게 냉랭해진 이 시기를 조금은 더 현명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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