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의 의미 : 가치를 생각하다
작은 회사에서 브랜드디자인팀 팀장으로 재직중입니다. 본업은 디자이너이지만 부캐로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라피를 쓰며 글도 씁니다. 이 글은 현재 직장에서 디자인팀 팀장으로 있으면서 진행한 리브랜딩 과정과 조직 안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디자이너이자 중간 관리자로서의 입장에서 정리한 글입니다.
당연히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규모의 작고 큼에 따라 또 조직의 특성에 따라 브랜드라는 개념은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예산 없이도 리브랜딩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예산 없이 리브랜딩을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게 된 것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사실은 예산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예산을 세우는 계획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그 의미는 리브랜딩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브랜딩은 어떻게 시작해야 했을까. 먼저 이 과정의 시작은 5개월 전이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그리고 리브랜딩의 시작 시점에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를 배제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우선 여기서는 작은 회사에서 어떻게 리브랜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미 브랜드를 운영한 지 10년이 넘은 회사에서 오래된 로고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은 요즘처럼 로고와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세상에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을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로고가 안 예뻐서 제품도 돋보이지 않고 심지어 세일즈 할 맛도 안 난다고까지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3명뿐인 작은 회사에서 그들이 하는 디자인의 범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작은 것부터 그 영역이 대중이 없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할 줄 안다면 그 툴로 할 줄 아는 것은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고충은 거기에서 나온다. 실무자가 아닌 대부분 상사나 대표가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없는 이상 계속되는 도돌이표 문제들이 분명 존재한다.
세일즈팀에서는 “로고가 올드해 보여서 제품도 올드 해보인다”, “사이트가 안 예뻐서 제품이 안 팔린다.”, “우리 브랜드는 요즘 트렌드가 아니다” 등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냥 단순히 느낌적인 느낌이라며 근거가 불명확한 불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우리의 문제들을 좀 더 되짚어보고 진짜 문제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데이터를 활용해 좀 더 체계적이고 단계를 밟아 진행해야 하는데 상사는 디자인팀에 와서 다짜고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당장 사이트 리뉴얼 해”, “로고도 트렌드에 맞게 리뉴얼해”라고 말이다. 과연 우리에게 브랜딩이 존재하는 것이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애초에 해당 브랜드의 미션은 트렌드와는 다른 방향이다. 그리고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는 데 그런 얘기들을 한다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케팅팀에서는 브랜드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세일즈팀에서는 상품의 나열을 어떤 식으로 해야 상품이 더 잘 돋보이고 팔릴 수 있는지 따위의 고민은 없는 듯 보인다. 이런 경우 브랜드에 대해 백날 붙잡고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빠르다. 애초에 브랜드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데 어떤 설명을 한다 해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계획도 없이 로고와 사이트를 리뉴얼하라는 회사 덕분에 디자이너는 브랜드에 대해 다시 심도 있게 고민해볼 기회를 얻었다.
1부 리브랜딩의 의미 : 가치를 생각하다
9. 자주 해도 부족한 공유
10. 활용 가능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