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빌딩의 당신
김수진 대표의 건물주 인생교육은 강렬했다. 내 준비가 막연한 수준이었음을 여실히 깨우쳐줬다. 이렇게 준비해선 안 되겠다. 기록하고 정리하는 방법에 집중해보자. 그래. 내 건물의 룰을 세우자.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은 치우고. 더 견고하게 재정리하고 각오를 다잡는다.
그 결과로 건물디자인과 몇 가지 교훈을 적용했다. 그래. 평생 이 역시도 내 건물일 순 없겠구나. 매매 환금성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슈다. 나중에 건물을 되팔 목적이자, 첫 건물이므로 잘 나와야 한다. 해서 정리를 여러 번 반복했다.
첫째, 특징이 있어야겠다. 산업단지와 생활형 시설이 많은 임대 건물들 사이에서 주거용을 겸하는 오피스텔로서의 특징. 분명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특징을 반영하기 위한 건립 원칙이 있어야겠다. 나열해보면,
* 높은 것에 대한 열망은 작더라도 생활 조망권 수준은 확보하면서 급진적인 모양이지만 인내심 있게.
* 유동적인 것에 민감할 필요 없고, 주변의 변화에 영향 받지 않으면 반응할 필요 없는 것.
* 급변하는 것엔 거리를 두어 변하지 않는 모습을 담아야 하고, 반대로 침전하는 것에도 민감해할 필요 없는 깔끔한 자립성을 확보하자.
* 유려한 것을 보는 것 같지만 무심하고, 불안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흔들림 없이 탄천변을 바라보는 동선을 담아보자.
어쩌면 내 특성의 평행선 같은 메타포라고 할까?
해서, 3층에서 5층의 건물 외곽엔 도도하면서도 아름다운 고양이 얼굴을 디자인해 그려 넣었다.
시선을 받으려는 목표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에 적중. 건물이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은 외관을 보고 한 번은 시선을 고정하곤 했다. 동물 병원인가, 장난감 가게인가, 캣 카페인가.
사람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아트웍. 내가 직접 그린 작품이었다.
둘째, 건물의 입구. 1층의 반 정도는 공동 오피스형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그리고 반은 대지면적 고려해서 확보한 주차장을 배치했다. 오피스텔답게 가벼운 만남을 위한 공동 공간. 그와 동시에. 빈번하게 들이닥칠 생활 택배 물들. 때문에 배달차량도 감안해서 임차인에게도 편리한 공용공간. 이 공간은 건물의 가치에 있어선 멀리 둔 포석이다. 대출 규제 변동이나 세액 변동에 있어서도 근린 혹은 상가주택으로 용도 변경이 쉬워야 하니까. 임대 가능한 일반 상점형식으로 변경이 쉬워 근린 생활로 용도 변경 시에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까.
셋째, 건물의 옥상. 옥상은 온전히 내 공간이어야 한다. 건물의 외곽에선 벽채만을 세운 터라 바깥쪽에서 옥탑 공간의 존재를 모르도록 했다. 동시에 옥상에 담배 들고 자주 올라와 지저분하게 만들거나 술을 마신 후 올라오고 배설하는 등 지저분한 일을 막을 수 있는 방편이 있어야겠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끝나면 평행 복도를 하나 더 내어서, 입구를 하나 더 만들었다. 한 입구로는 옥상의 반 정도를 자유로운 출입구로, 반대편 입구로는 내가 생활하는 옥탑방 공간(초라하지만 내겐 펜트하우스격)으로 구분했다. 내 공간으로 들어가는 복도에는 허름한 철문으로 틀어막았다. 디지털 도어 록을 설치하고 2중으로 자물쇠를 두고, 경첩 주변에 안전 레버를 두어 바깥에서 힘으로 쉽게 들어올 수 없게.
김 대표님의 경험담에서 얻은 교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재 정돈해서 꼭 필요한 건물 임대차 규칙도 세웠다.
하나: 같이 살되, 같이 살지 않는 이. 존재감 없는 건물주로 살자.
건물에 살지만, 옥상 작은 공간을 거주지로 활용하자. 그리고 마치 건물 내 임차인중 하나지만 소정의 아르바이트를 건물주로 부터 받고, 건물에 임차 공간에 문제가 있으면 연락을 대행해 주는 정도의 중계역할 모습을 취하자. 이 모습이, 이처럼 행동하고 사는 것이 적당한 거리감의 핵심. 건물주임을 절대 티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임차인과의 트러블을 최소화하는 필수 불가결 대책!
* 우리 건물주는 우리 건물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혹은
* 우리 건물주는 우리 건물에 ‘없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각종 임차인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청소, 도난, 주차장 자리문제, 소음, 누수 등. 전구 하나까지 건물주에게 교체해 달라는 요구도 발생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임대차 관계에서 더 나아가, 친밀한 관계기반, 사심 충만 요구사항 비일비재. 그 수준까지 다가서는 건 난감하다. 냉정하고 야멸차다 생각할 수 있지만 흔들림 없는 거리감을 지켜야 한다. 비즈니스다.
해서 나 스스로는 관리 아르바이트처럼 여기고,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의 거리감을 두고, 건물주와의 연락은 거의 없도록. 그리고 임대차 계약 외의 부칙으로 포함했다. 임차인들 대부분 이 조항에 헛헛해 했다. 하지만! 서로를 위해 어쩔 수 없다.
•임대인에게 연락은 반드시 e메일을 보낼 것. (전화통화 불가)
•정말 급한 연락(예: 계약 종료/변경/양도 등)인 경우 아르바이트생에게 이야기할 것.
임차인들이 이해하기엔 꽤나 어려운 룰이었다. 다만 그에 걸맞은 이득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입주 기준 주변 시세보다 5~10% 저렴한 수준으로 1년 차 계약이 가능하도록 해서 모두 수긍했다. 채찍보다 엄청 큰 당근이었으니 상대적 만족감으로도 충분.
둘: 서로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캣타워 룰(돈 터치!) 열 가지.
홀로 이 건물을 유지 운영하면서 임대하는 룰. 입주 건물의 이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일명 캣타워 룰. 임대 기간 동안 별 변동 없이 지속가능한 룰이자, 임차인들에게 이해시키고 지키게끔 하기 위한 생계형 룰로 작용해야 하는 것. 물론 그걸 지켜야 하는 이유는 서로 공명하는 공간으로서 지키자는 뜻.
•캣타워 룰 1: 캣타워 입주를 위한 기본 사항. 1인 입주 가능. 동거는 불가. 이를 어겨 2회 이상 민원 발생 시 퇴거의 사유에 해당한다. 누적 3회시엔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된다. 임차인의 관리 기본 준수 사항이다.
•캣타워 룰 2:낯선 이를 집에 데려와 이틀을 초과하여 함께 지내는 것은 불가하다. 낯선 이를 데려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로인해 발생하는 일들. 그 일들로 인해 이웃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발현한다. 이 문제 근본을 차단한다. 이에 동의한다.
•캣타워 룰 3: 보증금 없이 시작한다. 남녀노소 불문. 고시원 쪽방 촌 출신도, 대기업 임원도 이곳에 입주 가능. 단, 최소 임대료는 임대공간, 건립연도, 시세를 감안하여 60~80만원이며 갱신 시 증감할 수 있다. 1~ 3년 단위 갱신 가능하다. (복리이자처럼 늘려가는 것 같지만 시중 금리보다 매우 저렴한 현실적 수준은 지킨다. 경제적 상황에 따라 최대한 변동 반영할 수 있되 2회 이상 감소는 불가하며 임대료 미납 시 소송 없이 명도 하는 것과 같은 원칙을 따르기로 한다.)
•캣타워 룰 4: 프로토콜 거래를 기본으로 한다. 룰 3의 갱신 증감과 관련하여 감소시 중개사의 클레임을 없애기 위한 룰. 중개 사무소의 소개로 임대차 계약은 가능하나 이후 갱신 연차 부터는 건물주와 직접 계약한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삶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 건물주와 계약 갱신은 중개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진행하기로 한다.
•캣타워 룰 5: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4항과 같은 초기 조건을 제시하지만, 이에 따른 장기 계약 시 기본 조건을 준수키로 한다. 임대기간 중 공증을 할 수 있으며, 이 공증을 통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별도 협의 없이 부재를 1개월 이상 유지할 경우 임대한 공간 내의 모든 물건은 소유를 이전할 수 있다. 이전 대상은 인물, 임대인, 건물이 아닌 제 3사의 창고 서비스를 활용키로 한다. 이는 양측 간 명도 소송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조치로 서로 동의키로 한다.
•캣타워 룰 6: 이웃한 임차인 개개인간 분쟁 발생 시 소송 전 화해를 우선한다.
•캣타워 룰 7: 최소한의 임대공간의 청결과 입주자간 예의를 지키고 평온한 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공용공간의 경우 CCTV를 통해 기록할 수 있으며, 1~2년에 한 번 임차인의 사전 동의 후 외벽 청소를 진행할 수 있다.
•캣타워 룰 8: 양측 간 기본 책임과 권한 밖의 무리한 요구라 판단되는 경우, 상호간 거절 할 수 있다.
•캣타워 룰 9: 보안을 위해 CCTV는 주차장, 옥상, 입구에 설치하여 운영할 수 있다. 비용은 입주임차인의 공동 관리비 부담에서 부담키로 한다.
•캣타워 룰10: 월간 임대료 계약 갱신의 경우 2개월 이상 납부가 지연될 경우, 별도 보증금에서 선 변제될 수 있다. 별도 운용 관리인을 통해 이를 보전할 방법이나 소통 창구로서 활용키로 한다. 기타 민원의 경우도 이 룰을 기본적 준수 사항으로 갈음한다.
행간에 숨어있는 강한 어조와 달리 협상의 여지는 분명 담겨있다. 너무 야멸차거나 냉정하지 않게.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서의 청결한 공간 유지도 중요하게. 함께하는 이들이 보안의 책임과 함께 지켜야 할 의무도 공정하게. 나 나름대로는 분명하게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재해석해서 내세운 캣타워 룰이다. 비록 입주시작 1개월 후부터 지키지 않는 이들로 인해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기 시작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