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일기 #648
3년 전 어머니께선 은퇴를 하시며 건강상의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 그 중에서도 심장 이형협심증으로 1년간 고생하시며 병원을 내집처럼 드나들며 힘들어하셨다. 기존 혈압약과 함께 고지혈증 게다가 치아도, 위도, 허리까지. 그도 그럴것이 1982년 아버님이 작고하시고 홀로 삼남매를 키우셨으니 당신의 건강은 항상 뒷전이었다.
치아가 좋지 않으니 위장이 문제고, 위장이 좋지 않으니 심장과 팔다리 근육도 문제였다. 때마침 회사의 분위기는 조직개편 상황이었고 나는 모든 직을 내려놨다. 내가 그 직책을 모두 떠앉고 있는 모양새도 웃겼고, 회사의 후배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아야 했다. 직책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성과급이 줄어드는 것 말고는 큰 변화는 없으니 잘 되었다 싶었다.
물론 회사일을 소홀히 하진 않았다. 어린 후배들이 수행하기에는 몇개 계열 법인이 함께 진행하기에 버거운 일들은 내몫이 되었고, 그렇게 주어진 일에 홀은 없이 잘 수행하되 성과도 소소하게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조직내 사람관리와 성과관리 대신 가족을, 그 중에서도 내 인생에 가장 존경하는 어머님을 돌보기로 결정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펜데믹이 터지면서 회사는 '재택근무'라는 업무 형태를 허락해주었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어쨌거나 20년 가까이 다니는 이 회사가 내겐 고마운 회사다.)
어머니 집이 너무 먼 터라 본가를 팔고 공기좋고, 언제든 100미터만 걸으면 탄천이 있어 걸으며 운동하실 수 있고, 필요시 언제든 막내아들을 호출하실 수 있는 집 근처 용인으로 이사하기로 결정. 어머니 원하시는, 생활 하시는, 루틴에 맞을 동선을 고려하여 인테리어 업자를 구하고, 디자인과 설계를 감수하며 1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했다. 어머니의 새 보금자리이자 우리 삼남매의 새 '본가'를 위해. 그리고 각종 병상 이슈를 하나씩 적고, 검사하고, 치료 받고, 재검하고, 정기 추적하며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다. 치과, 내과, 정형외과, 심장내과등을 개인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등을 차로 직접 모시고 다니면서 하나씩 기록했고 형님과 누님에게 공유하며 토론했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하나하나 좋아지고 계셔서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어머님께 찾아뵙는다. 평일 업무 중 회의가 많지 않은 날을 선택해 가급적 업무를 빠르게 마치거나, 새벽부터 미리 처리를 해두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그리고 어머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어머니 집에 집의 재택환경과 거의 동일하게 꾸며놓은 시스템으로 또 업무를 본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랏떼는 열심히 pstn 망 집전화선을 끌어다 4구 인터페이스에 꼽고 atdt 명령어로 전화망에 연결한 다음 telnet을 열어 인터넷 접속을 위해 winsock를 기동하고 브라우저를 켰다. 지금은 그저 컴퓨터를 켜면 바로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시대이니 이 어찌 반갑지 아니한가.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소싯적 작성했던 내 책으로 공부한 후학들이 현재 우리 회사 쥬니어들이다.
오늘도 어머니께 자전거로 다녀왔다. 추운 한겨울과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 주 2회씩은 다녔지만 고작 41회차다. 회사일로, 개인 사정으로 이런저런 핑게로 조금 소홀해지지 않았나 반성하면서. 다시 한 번 되네인다.
어머니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어머니의 시간의 속도는 나와 다르다.
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내가 그 시간의 속도와 방향을 바꿀 순 없다.
어쩌면 나의 시간도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시계추가 더디게 흐르려면 내가 건강해야 하고, 어머니의세월을 조금이나마 함께 할 수 있다. 어머니가 내게 해주신 은혜에 1/10000도 못채우리란 건 잘 안다.그저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그 어느 음식점에서 들었던 '딸 같은 아들'로서 어머니의 시간을 함께 해드리고 싶은 마음. 어머니도 아들의 마음을 아는지 항상 잡아두려 하지 않으신다.
자 이제 집으로 리턴해서 또 업무를 해야지. 세상 많이 좋아진 만큼 어머니의 시계추가 좀 더 느려지길 바라며. 아이러니하지만 내 케이던스는 빨라진다.
기온: 최고 8도, 최저 -4.6도 출발온도 4도
날씨: 맑음 바람: 북서풍 3ms
미세먼지: 좋음, 초미세먼지: 좋음, 자외선: 보통
복장: 에스웍 헬멧/클릿 슈즈, 인캡, 도싸 져지,스페셜라이즈드 동계자켓, Spyder 롱빕, RB 동계용 슈커버, 수티스미스 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