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티븐 Feb 28. 2023

ㅂㅇㅇㄴㄷ

라이딩일기 #653

오늘은 하오고개 솔로잉

분당/죽전/용인/수지/동천/성남에 기거하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다 들어본 고개일 듯. 평지를 타고 워밍업을 끝낸 후 동판교에서 서판교로 넘어간다. 지역난방공사 탄천을 지난 길. 햇살이 따듯하다. 이 빛을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순 없다. 기념샷.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따스함을 담아 회사 라이딩 클럽 단톡방에 공유.


ㅂㅇㅇㄴㄷ


봄이옵니다. 이른 봄처럼 느껴지는 10도 이상의 기온에 따뜻한 햇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난 봄이 좋다. 겨우내 먹고 찌운 살을 다시 태울 수 있다. 곱게 태워 접고 접어 버릴 수 있다. 그런 봄이 내게 온다. 나 혼자 즐겁기엔 너무 햇살이 좋다.


자 다시 집중해서 페달링. 케이던스를 살려 2~3% 경사도의 길을 계속해서 뚫고 나면 어느새 하오고개 초입. 바람이 서풍이다 보니 내 몸 전면을 그대로 밀어낸다. 탑바를 밀듯이 은근하게 잡아내고 좀 더 코어에 집중해서 페달링 하면 이겨내기에 수월하다.


하오고개를 지나며 생각했다. 솔로잉의 장점 중 하나는 몸상태에 따라서 때로 오버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내 나름대로의 운동 수준이라는 타협이 가능하다는 점. 은근히 프런트 기어를 이너로 털어버렸다. 안온하게 케이던스만 살려가면 속도 10 언더의 6% 경사도 오르기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혼자서 즐기려는 순간이었다.


식아 식아~


아.. 불길한 소리다. 또 형님인가. 안장 위에서 브로맨스를 쌓아온지 언 3년. 이 형님은 어디 가도 있다. 정자동 먹자골목에서도. 수지에서 분당에 이르는 탄천에서도. 말구리, 여우고개 다운힐 업힐에서도. 항상 만난다. 동네 형님이다. 마음도 잘 맞아 그냥 마구 형처럼 비비대도 동생처럼 맞아주신다. 다만, 선출이라 나보다 헬스퍼포먼스가 높은 등급이란 게 최대의 단점.

아니나 다를까 케이던스를 110까지 끌어올리며 나를 재촉한다. 하오 고개 정상의 마지막 헤어핀 두 개는 케이던스 최고치 115까지. 자칫 업힐 마운팅을 댄싱으로 칠라 해도 떨어지지 않는 이 형님의 속도를 어쩌랴. 그냥 내려놓고 천천히 가도 된다는 생각에 놓으면 바로 잔소리잔소리. 식아 식아 내려놓으면 안 돼~ (게다가 이 형님 카메라만 들이대면 연신 웃으시네~ 하아~)


무릎을 올려서 치고 크게 크게 그렇지 그렇지


인문학 작가 조수현 선생도 자전거 마니아. 이 친구가 이탈리아 한 바퀴 '지로 디탈리아'와, 프랑스 / 스위스 업힐 갈리비에 (고도 2,642m) 힐클라임을 통해 사이클을 배웠단다. 힐에서 만나는 50~60대 어르신들로부터 잔소리 잔소리 들어가며 자전거의 참맛을 배우기 시작했다나? 오늘! 왜! 이 양반의 경험담에 기시감 폭증~!


여하튼 더 당하기 전 다운힐을 마치자마자. 형님 곧 또 봬요~라는 말만 남겨드리고 줄행랑. ㅋㅋㅋㅋㅋㅋ

역풍을 잘 이겨내고 평균 25 정도의 심심하지 않은 속도로 리턴.

집 가까이 아주 작은 힐클라임을 끝내고 안착. 또 내일의 라이딩을 위해 모든 기기를 연결하여 충전충전.

이 충전은 또 내일의 거름이 될 테니. 오늘도 신나는 라이딩!


기온: 최고 11도, 최저 -2도 출발온도 10도

날씨: 맑음 바람: 서풍 3~4ms

미세먼지: 보통, 초미세먼지: 좋음, 자외선: 보통

복장: 에스웍 헬멧/클릿 슈즈, 인캡, PNS 동계져지, 스페셜라이즈드 동계재킷, Spyder 동계용롱빕, RH+슈커버, 수티스미스 양말

경로: https://www.relive.cc/view/vdOR4xdo2Kq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