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장난감
오늘은 풍악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 근육을 긴장해서 수축할 경우 힘을 쓰는 경우이고 이때는 숨을 내뱉고, 이완시켜야 하는 경우 숨을 들이켠다. 이렇게 운동을 하다 보면 리듬을 충분히 타야 할 경우들이 있다.
유산소 운동으로 손꼽히는 러닝이나 등산 라이딩 역시 이러한 리듬이 있다. 특히나 치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재빠르게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단시간 운동으론 효과가 별로 없다 보니 장시간 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게 리듬 타기. '풍악'이다.
소위 음악 들으며 운동을 한다는 건 이미 보통 대부분 경험하셨을게다. 그리고 음악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역시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 운동할 땐 비트가 빠르면서 내가 애정하는 음악을 듣는다면 더 효과적인 칼로리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고, 나 같은 경우는 근지구력으로 칼로리를 오래 소모해 가며 장시간 라이딩할 때. 바로 이 음악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때문에 운동하며 음악을 듣기 위해 이것저것 장난감을 많이도 경험해 본 듯하다. 그 예로서 2014년~2016년 애용했던 블루투스 와이어리스 이어셋에서 부터 2017년 자전거에 올려놓고 싶은 왕따시만 한 중국산 스피커를 거쳐(정말 웃음밖에 안 나오는 기괴한 모습), 45그램이라는 경이적인 무게로 축약된 2시간 러닝타임 음악 스피커를 다운튜브에 장착하는 만용까지. 진정 용감하게 별짓을 다 해봤다.
가장 즐겨하는 운동. 라이딩에 있어서도 속도를 즐기는 스포츠 라이딩. 로드 사이클. 진중한 자세로 매 순간 긴장하며 핸들바를 잡고 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동일한 주기로 페달링 해야 한다. 근지구력으로 일정 파워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때 음악은 둠칫두둠칫 페달링의 근간이 된다. 페달링과 비트가 맞는 음악이 나올 땐 더욱더 긴밀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가사부터 심금을 울리는, 미치도록 사랑하는 곡 중 하나인 The great escape 같은 음악에 아드레날린을 최대한 발산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음악 틀어놓고 줌마댄스 하시는 거랑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스포츠 라이딩할 땐 음악을 듣는 것은 여러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러 명이 긴장감 충만하게, 줄지어 달리는 팀팩 라이딩의 경우 앞선 사람들의 수신호와 음성(호신호)등을 주의 깊게 들어야만 한다. 자칫 이어셋과 같은 장비로 음악을 듣다가는 호신호를 놓쳐서 바퀴가 홀에 빠진다거나 요철에서 흔들린다든가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반 자전거 역시 사람이 많이 다니는 탄천과 같은 곳에서는 앞뒤로 보행자가 급작스럽게 나타날지 모르고, 좌우에서 어린이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어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충분한 경험에서 드리는 주옥~~~~~같은 말씀이니 제발 조심하시라.
해서 결국에 선택한 방법은 사진과 같은 작은 미니 스피커를 다운튜브에 거치하고 이걸로 음악을 틀어놓고 듣거나, 휴대폰의 음악을 재킷 주머니에 넣고 그냥 틀어놓고 타는 것이었다. 한데 이것 역시 불편한 점이 있으니 첫 번째는 플레이백 컨트롤이 쉽지 않다는 것. 두 번째는 주변 사람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소음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는 탄천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도 민폐, 네 번째는 배터리 문제로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길지 못하다는 것. 장거리 라이딩 시엔 배터리가 아웃되어 낭패를 본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심각한 요철에선 경박스러운 진동과 함께 낙차 한 스피커를 다시 주우러 가기도. 민폐 중 민폐는 그냥 타인의 시선에선 어쩌면 댄스 뮤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뽕짝일 수 있겠다는 얄팍한 공명감(?)까지.
결국 그냥 지금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어야 하나 포기하고 있던 찰나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골. 전. 도. 이. 어. 셋. 주변의 참 스마트한 라이더들을 보니 다들 내가 일전 러닝하고 등산할 때 2014년까지 애용하던 모양새의 디바이스를 차고 있다. 한데 떡허니 귓구녁에 넣는 방식이 아니라 귀 앞쪽 골에 거치하는 모양새. 오호라 이건 뭔가라고 찾아보니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 즉 귓구멍은 그대로 개방된 상태에서 주변 소리는 소리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즐길 수 있는 장비.
홍보 포인트로, 귀의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청신경에는 골전도든 이어셋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 하지만 라이딩 중에 좀 더 안전하게 음악을 즐기면서 귓속 고막 건강을 위해서는 골전도가 훨씬 유리.
우리 집 마님의 다이슨 청소기 애착증세가 발현되는 시점에 맞추어 내 또 이 장난감을 시작했었다. 마님께서 너에게 가져온 인센티브를 사용하지 않고 공동의 계좌에서 다이슨 청소기를 결제해 준다니 내 그렇담 너의 그 또 하나의 풍악 장난감 애프터샥이란 녀석은 윤허하노라 라는 한 말씀에 냉큼 주문. 최대한 집사 스킬을 발휘해 온라인 사이트로 가입하고, 5천 원 할인쿠폰 챙기고, 연말정산에 득이 된다는 체크카드를 발휘하여 한방에 결제. 이틀 안에 배송받았다. 배송받자마자 충전하고 (충전은 전용 케이블로 극성을 가진 케이블이 제공되고 자동 착탈 되는듯한 인터페이스로 바로 충전) 대기. 한 번 풀 충전에 8시간 이상 음악/전화통화 가 가능하니 이 얼마나 좋은 기기냐.
자 테스트다. 테스트 결과, 우선 플레이백 컨트롤부터 맘에 든다. 좌측 골전도 인터페이스 부근에 있는 원형 푸시 버튼 하나로 재생/정지/이전곡/다음곡 등이 컨트롤된다. 라이딩 중에 한 손으로 제어하기 너무나 편해진 것. (이전엔 음악을 중지시키려면 휴대폰을 져지에서 꺼내 들어야 했다). 음악 역시 골전도이긴 하지만 이어셋의 풍악 사이즈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바깥 주변 소리도 함께 듣는 경험은 ok. 음질? 운동 중, 이동 중에 듣는 음악에 무슨 음질을 따지고 있나. 그럴 요량이면 집안에만 앉아서 방음벽까지 설치하고 들어야지. 무게? 26 그램으로 거의 스포츠 글라스 무게 수준.
착용감이나 땀이 흘러내리는 것에 대한 불편감은 거의 느낄 수가 없다. 목 뒤로 이어진 케이블이 약간은 흘러내리는 타입이 아닌 하드 타입의 케이블이라 충분한 공간으로 떠 있다. 즉, 목 뒤쪽 피부와 닿는 경우가 별로 없어 땀과 범벅이 될 여지가 없어 더욱 좋다. 만족스럽다. 단순히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의 자출 퇴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때의 풍류 생활에도 매우 유용하다. 회사에서 노동요로 듣기에도 좋은 디바이스인 것이, 잠시 일 때문에 말을 걸어오는 동료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대화 가능하다. 좋은 장난감이다. 물론 이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골전도, 스피커 형식의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잘 살펴보시고 활용해 보시길 권한다.
무엇보다, 제발 자전거 탈 때 귓구녁에 뭐 좀 꼽고 음악 크게 들으면서 주변의 보행자와, 추월하는 자와의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는 그만하시기 바란다. 모두의 안. 전. 을. 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