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인생템 (마지막 편)
로드 바이크의 등급은 기어와 제동 그리고 속도와 관련되어 있는 핵심 파트에 따라 대략 10여 등급으로 나뉜다. 구동계도 제조사에 따라 월드와이드 기준 SRAM, SHIMANO 등 네 개 정도의 계열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SHIMANO 계열의 듀라 에이스는 가장 최상위 등급. 로드 바이크로 스포츠 사이클 운동을 하는 이라면 꿈의 등급. 그 가격도 프레임과 바이크 타입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적어도 경차 한대는 거뜬 살 수 있는 하이 클래스 비용.
더불어 최고 등급에 걸맞은 3D 카본(플라스틱 고압축 재질) 안장과 함께, di2라는 전동식 변속기가 달리는 순간 더 이상은 올라갈 등급이 없는 최상위 로드바이크가 된다. 소위 자덕들은 '기함급'이라 부른다.
이번 허락받은 기변은 이 최상위 등급이었다. 자 이제 그 영롱한 자태를 구경해 보자.
주요 재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a
새로운 기함을 영입하는 데엔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실 그동안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다. 기존 울테그라 등급의 로드바이크도 같은 스페셜라이즈드라는 브랜드의 퍼포먼스 로드 바이크. 타막 계열로 충분한 올라운드 타입의 퍼포먼스를 내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꿈의 등급, 드림카를 요원하게만 생각해 왔던 중년에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저질러 버렸다. 사랑하는 아내의 응원이 이를 가능케 했다.
3월 말 데려온 이 아이의 이름은 '뱅크'다.
로드 바이크를 타면 탈 수록 쌓이는 운동 마일리지는 건강과 비례한다. 분명한 팩트다. 해서 마일리지 많이 쌓고 건강이라는 이자를 챙기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게다가 딸내미 학자금으로 사용하려던 요량의 적금 하나 규모를 부어 데려온 아이이니 소중하게 다루어야 함을 기억하라고 지어준 이름. 마지막으로 빠르고 신나게 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기억하여 보다 더 안전하게 운동하라는 복합적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뱅크'다.
뱅크를 데려온 후, 다섯 번의 테스트 라이딩을 마쳤다. 오늘은 마무리 글로 이 녀석의 테스트 라이딩 경험을 글로 남겨두려 한다.
하나.
우선 무게도 1kg 정도 적게 나가는 데다가, 이 녀석의 프레임 강성은 몸으로 느껴질 정도. 올라운드 타입이 흔히들 즐겨하는 댄싱, 클라이밍, 다운힐, 그리고 평지 스프린트에서의 토크 주법에 전혀 흔들림이 없는 강성이다. 한 마디로 승차감은 '굵직' 하다. 로드의 아스팔트를 관통하는 이 굵직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다섯 번의 테스트라이딩의 결과는 말 그대로 '대. 만. 족'
두울.
줄지 않는 이 녀석의 가속항력은 말 그대로 레지스턴스(저항력) 제로다.
25~35km/h 수준의 속도로 올리고 나면 케이던스 80~90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편인데, 근 지구력 소모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퍼포먼스를 체감할 수 있다. 온. 몸. 그. 대.로.
세엣.
사실 절제하지 않아도 되는, 부담 없는, 안전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제동(브레이킹)을 위해 기변 한 목적이 크다. 기존은 휠의 림과 카본 전용 브레이크 패드의 마찰로 제동 하는 림브레이크 방식이었다면, 이 녀석은 순간 정지를 위한 브레이킹이 수월한 디스크 브레이크 타입.
첫 테스트 라이딩에선 디스크와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 간 접지력이 적응되지 않아서인지, 림브레이크와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프런트 브레이크는 밀리는 느낌이 들더라. 하지만 디스크 브레이크의 장점은 테스트라이딩의 횟수가 더 해지니 조금씩 이해해 나갈 수 있었다. 급격한 브레이킹, 회전, 그리고 부드러운 감속에 제격이더라. 특히 다운힐?)
넷.
이번에 큰맘 먹고 지른 안장은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보통 안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컴포넌트로 치부되곤 하는데, 스포츠 사이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장시간 라이딩에도 '궁둥이가 아프지 않을, 제격의 안장'은 매우 중요하단 소리. 일부러 매장에 미리 들러 Retuil 도구를 이용해 '좌골의 사이즈'를 쟀다. 내 사이즈는 정확히 114. 이를 바탕으로 그간 왼쪽 좌골에 오던 통증을 줄여보고자 S-works Power with Mirro 안장을 영입했다. 그리고 테스트 라이딩 결과. 지금까지 통증은 거의 없다. 심지어 100km 이상의 장거리 라이딩에서도 별 부담이 없다. 이번 기변에서 가장 잘한 짓이다.
다섯.
숫자지옥에 빠지는 파워미터의 세계에 드디어 입성.
이번 타막 SL7 모델엔 기본적으로 크랭크형 파워미터가 장착되어 있다. 사실 데려오기 전까지 이 사실을 몰라 파워미터형 페달로 교체해야 할지 고심했는데 공부가 부족했다. 반성한다. 새로 데려올 녀석의 기술적 재원과 컴포넌트에 대한 상식이 부족했던 게다. 해서 기변 하자마자 재빠르게 배우고 세팅하고 테스트 라이딩에 가민의 디스플레이 기본값으로 올리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숫자지옥이다. 로드바이크의 스포츠사이클은 여느 장르와 같이 좌우 밸런스 운동이다. 좌 우 페달링의 파워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현재 케이던스에서 내가 쓰고 있는 힘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그 평정심은 유지되고 있는지 3초 에버리지 파워와 좌우 파워 밸런스 수치를 가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이 외에도 수 십여 가지 이야기하고 픈내용이 많다. 하지만 차차 앞으로 운동일기에서 공유하기로 한다. 더 이상의 리뷰는 생략한다!
테스트 라이딩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어디서 점심을 사 먹을까 고민하곤 하는데, 이 녀석 이름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곤 정신이 번쩍 든다. 뱅크! 이 시국에 돈을 왜 쓰냐. 집에 가서 냉장고 파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