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o D'Italia 2023 Stage 7
깜박했다. 200km가 넘는 레이스는 더 일찍 시작한다는 걸.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하는 펠로톤 만을 생각했다.
뒤늦은 On Air LIVE 탑승. 벌써 80km 돌파 시점이다.
127.3 km 레이스 리더. 다비드 바이스, 사이먼 피텔리 등 넷으로 구성된 BA. 비는 안 오지만 땅이 젖어있는 걸 보니 한참 내렸나 보다. 물바닥이 흥건하게 지난다. 선수들에겐 그나마 열을 식혀주는 모양새. 메인 펠레톤과는 9분 차이를 낸걸 보니 업힐에 가장 먼저 도착하기 위한 BA그룹의 몸부림이 수준높다.
카푸아에서 그란 사소 디탈리아까지 이르는 레이스는 생소한 이름의 BA들도 경외롭게 만든다. 2등급 업힐 전 클라임 헬스체크를 끝낸 상태. 이제 2등급을 넘고 나면 한동안 스프린트 점수를 위해 내리막을 꽂겠지.
폭풍전야. 중산간 스프린트 구간의 분지는 참 평활하고 고요하다.
어제 스테이지 6의 경험을 살려 오늘은?
하지만 오늘 BA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듯. 웬만한 프로선수는 펠로톤에 남았고, BA선수들 중 그랜드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전무한 상황이니. 자 선수 면면을 살펴보자.
다비드 바이스
1998년 로베레토 태생. 2021년부터 프로 선수. CT Friuli에서 자란 그는 빠른 스프린터. 짧은 업힐도 잘하는 편. 작년에 Coppa Bernocchi와 Giro del Veneto에 참가하면서 시즌의 마지막 부분을 훌륭하게 보낸 선수. 그러나 그랜드 우승 경력 없고, 단일레이스는 물론 U23/주니어 대회 우승 경력도 없는 상황.
헤녹 물우브란
에리트레아 출신. 1999년생. 역시 스프린트 능력도 겸비한 클라이머. 2회 아프리카 대륙 챔피언. 올해 투르 뒤 르완다의 2개 스테이지와 종합우승 경력.
카렐 바섹
2000년생으로 체코출신. 세계 사이클링에서 가장 떠오르는 재원 중 하나. Hagens Berman Axeon(2019), Colpack(2020), Qhubeka(2021), Tirol-KTM(2022), 그리고 올해 Corratec 팀에서 활동 중.
사이먼 피텔리
Lampre-Merida에서 프로로 전향한 후 UAE 팀 에미레이트에 합류. 2016년 최고의 이탈리아 유망주 선정. 30세. 작년에 Strade Bianche에서 Top 10. 올해는 Giro di Sicilia에서 8위를 기록. 프로 첫 우승을 노리는 중.
자 보라고. 팀 스폰서십의 홍보도 중요하지만 프로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힘든 업힐을 먼저 가겠다고 달려가는 BA라고. 파이팅~(라고 쓰고... 5km 뒤 헤녹 물우브란 BA 드랍 T.T. 어째 어제의 알렉산드르 베레와의 데자뷔. 결국 79km 남겨두고 펠로톤에 입수!)
펠로톤 중반은 팀 DSM이 끌어간다. 다운힐 시속 80을 넘는 속도로 선수들은 허벅지에 안장을 끠우고 드랍바를 움켜잡는다. 아 이 모습도 꽤 멋진 집중력의 프로샷!
마무리 마운틴 클라임. 중반. 숫자만 봐도 후덜덜한 이 업힐. 아 내 대퇴사두가 찌릿하네.
이 업힐을 마무리하고, 그 뒤로 사소까지 총 7km를 내내 올라야 하고, 고도는 2천에 이르며, 평균 경사도가 9% 인데(자덕들이 악 소리 내는 화악산보다 살짝 더 경사진) 최고 경사는 13% 구간이 나온다고. 오르기 전부터 질려버리겠네. 아 저 멀리 그란 사소 보이네~~~~ 경사의 끝지점에 결승선이 있을 뿐~하악하악!
(어서 와 그란 사소는 첨이지? 눈이 기다리고 있어~)
업힐 시작! 자 이제 힘 좀 쓰셔야죠. 중간 리커버리 특식 배달이여~ ㅋㅋㅋㅋ (꼬치꼬치!)
중간 보급식이나 물은 선수별로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꼬치는 정말 이채로운 메뉴네~ 정상에서 공수해 온 꼬치! 정상에 오르면 더 줄게 꼬치! 어서 와 어서 와~ ㅋㅋㅋ
이제 남은 거리는 25km. BA선수들은 이제 지쳐가기 시작. 7분대까지 갭이 줄었고. 펠로톤은 자비 없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 이제 마무리 그란사소! 마무리 13% 업힐. 야속하기 그지없다.
마무리 4km. 슬로프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니 BA 중에 피텔리가 댄싱을 친다. 한 명이라도 떨구려 애를 써보지만 바로 반응.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다비드 바이스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이번엔 바섹의 펀칭. 하지만 역시나 격차를 두지 못하고 다시 시팅.
뒤쪽의 펠로톤은? 이상하다. 격차가 아직도 6분대인데 어택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 5분대 격차로 줄어드니 드디어 팀 코피디스의 토마스 챔피언을 필두로 펠로톤이 반응하기 시작. 경기는 격렬한 혼돈의 순간으로 들어간다. 경사도는 최고치에 오르고 앞으로 2km 내에서 승부!
그러나, 1km 남은 지점까지 펠로톤은 BA와의 5분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제 800미터. 이제 결과는 명확해졌다. 이 그랜드 투어 무명의 BA 세 명 중 위너가 나온다. 셋 모두 바퀴 하나도 남지 않는 갭으로 전쟁 중. 이번 대회 스테이지 중 드디어! BA가 위닝을 성공하는 스테이지다.
이 고통스러운 클라이밍의 끝을 본 위너는 .... 300미터에서 갑자기 우뚝 서 남아 있는 마지막 힘까지 끌어낸 다비드 바이스!!!! 첫 번째 그랜드 투어 우승! 숨기고 있었던 그런 파워가 뛰쳐나오다니 엄청난 댄싱이다.
그 힘겨운 업힐을 마무리하고도 쓰러지지 않고 우뚝 서 이야길 나누고 있다. 타데이 포가차를 보는 줄!! 엑설런트 레이스였어. 다비드 바이스!! 축하축하. 이제 이름을 제대로 알리게 된 프로선수라고!
선수들은 대회 스테이지를 달리는 4시간~5시간 동안 생리 현상은 어떻게 해결할까? 대표적으로 쉬. 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펠로톤에서 빕에 그대로? 이건 말도 안 되고.
오늘 스테이지 7에 그대로 장면이 노출되었는데 꽤 높은 클라임 2등급 이상을 올라가기 시작할 때 펠로톤의 속도는 조금씩 느려지기 마련. 아무래도 장거리에 업힐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인간적으로 다리를 보살펴야 할 테니 케이던스는 빨라져도 기어비 조정해서 속도는 느려질 테지. 이때야 이때. 이때 생리현상이 급한 선수들은 관중이 없는 업힐 구간의 빈 공간을 찾아 서서 빕 앞섬을 손으로 내려서 볼일을 본다고. 물론 카메라는 절대 앞에서 잡을 수 없고 뒤에서. ㅋㅋㅋㅋ
오늘 스테이지 8은 207km 거리의 힐리 스테이지! 카테고리 2~4 등급 수준의 업힐. 후반부 업힐이 좀 힘들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내리막. 역시 스프린터와 클라이머가 뒤섞여 경쟁할 가능성 농후한 스테이지!
이미지 출처: 대회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