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평 쓰기, 저만 어려운가요? > 를 읽고
서평이란 말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 제법 되었지만, 아직도 긴가민가 하는 지점이 있는 용어인 것 같다. 리뷰, 서평, 독후감 등 비슷한 의미의 단어들이 혼용되어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도 분간이 잘 되지 않았는데, 저자는 명확한 기준을 하나 제시해주었다.
리뷰는 독후감과 서평을 아울러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고,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의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오랜 서평 강의 경력을 바탕으로 서평을 처음 써보고자 하는 사람도 손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예시와 서평의 구조 자체를 세분화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조목조목 가르쳐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안 좋은 비평의 특징을 정리한 부분은 특히 곱씹어볼만 하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겹문 습관이 많아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문장을 쓰고 보면 언제나 겹문, 복문이 되고 결국 비문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 안 읽히는 비평의 특징 > (66쪽)
· 어렵고 복잡한 인용과 해석은 비평을 어렵게 만든다.
· 장황한 설명은 비평을 지루하게 만든다.
· 필자의 감정 토로는 비평을 느슨하게 만든다.
· 겹문 습관은 전달력을 떨어트린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다양한 지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취향을 언급한 부분이다.
(…) 무책임한 듯한 마무리로 끝나지 않는 서평에 다가설 수 있도록, 근거를 갖춘 대화를 나누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겠다. 비평은 언제나 근거와 한 몸임을 잊지 말고 근거 발굴에 나서 보자. 의외로 내 취향 그 자체가 근거임을 알게 된다. (78쪽)
저자들은 서평을 쓰기에 앞서, 해당 책에 대해서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혹은 좋지 않았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기를 요구한다. 탐구의 과정은 단순히 서평을 쓰는 일에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위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곧 자신의 '취향'과도 연결된다. '취향'은 서평을 쓰는 근거이자 가이드라인이 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여러모로 한 번쯤은 시도해봄직한 방법인 것이다.
요약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잘 읽어야 한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책이 던지는 핵심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책을 보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이 책을 어떤 시선으로 읽었으며, 어떤 사유를 했는지가 분명하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다. (117쪽)
개인적으로 서평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명확한 한 문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장은 곧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 책을 읽고 내가 떠올린 생각,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읽었던 모든 책에 서평을 쓰진 않는다. 정확히는 서평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다 읽고 나서도 내게 생각이 발아할 여지를 주지 못한 책은 쓰고 싶어도 도무지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들이 지적해준 바와 같이, 서평을 쓰기에 앞서 가장 먼저 이 책과 더불어 하고 싶은 '명확한 한 문장'이 있어야 하는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에베레스트 산을 앞에 둔 막막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세상에서 요행과 우연이 가장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83쪽)
또한 저자들은 서평을 쓴다는 일, 나아가 글을 쓴다는 일 자체가 어려운 일임을 지적한다. 이는 글쓰기의 괴로움을 맛보는 이들에게 절실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이 책은 '서평쓰기' 이전에 다루어져야 할 '글쓰기'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은 없다. '글쓰기'가 원론이라면, 이 책에서 다루는 '서평쓰기'는 각론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글쓰기 자체에 대한 훈련이 어느 정도 된 후에, 서평 쓰기에 도전할 때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글을 왜 썼는지 저자들의 가르침을 빌려서 정리해보자.
'추천하고 싶은 독자들이 떠올라서'(222쪽)다. 누구냐면, 바로 나처럼 서평을 쓰는 일이 '나만 어려운가?' 하면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좌절하고 있을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