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인상에서부터 느껴지는 관대함과 너그러움..
마지막 강의라는 표지의 글이 쓸쓸함과 함께 무거운 마음을 안겨 줍니다.
처음부터 책을 쓸 목적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니지만 그의 글과 말에 사람들의 마음이 향합니다.
그건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강한 진실함이 느껴지기 때문이겠죠..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공감해주는 저자의 마음이 다가왔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가슴 뭉클한 위로!
그가 풀어주는 이야기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입니다.
1부 '고전을 통해 읽는 세계 인식'
이 부분은 중국의 고전'시경', '주역'등을 예로 들어 풀어서 이야기합니다.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가 살아가는 의미와 어떤 상관성을 갖고 있는지, 삶에서 깨우침이란 어떤 것인지, 진정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삶의 이야기의 바탕을 고전에서 끌어옵니다. 그 첫 이야기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임에 주목합니다.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때, 다시 말하자면 시적인 틀에 담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7P]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나오는 문사철.. 그중에서도 그의 '詩'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강한 울림이 있는 고전의 세계, '주역'에 대한 관심은 늘 있는 것이지만 역시 쉽지 않습니다. 주역을 제대로 배우고 이해하는 날이 오려나 싶지만 꼭 알고 싶은 욕심은 한구석에 불을 지피고 있네요.
저자 본인도 감옥에서의 생활이 아니었더라면 주역을 공부했을까 싶었다 합니다.
중국과 한국의 역사 이야기에서는 눈이 반짝입니다.
방대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하나하나 하다 보면 이 삶의 공부도 조금씩 여물어지겠지요.
산다는 것이 한 가지라는 사실이 겹겹이 지나온 시간의 지층 속에 쌓인 역사를 통해 인식하게 됩니다.
공자, 노자, 묵자, 장자, 한비자.... 할 공부가 쌓여 있음이 행복입니다~!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
본인의 옛 기억과 감옥에서의 생활 에피소드 등이 펼쳐집니다.
1부에 비해 술술 읽힙니다. 인간 신영복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수형생활 20년 동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공부가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의 사람됨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 정도가 느껴집니다.
[자기 변화는 최종적으로 인간관계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기술을 익히고 언어와 사고를 바꾼다고 해서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종적으로는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바뀜으로써 변화가 완성됩니다. 239p]
나와 함께 관계하고 있는 내 주변의 사람을 떠올리게 되네요.
그들이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나를 보다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관계야말로 최고의 관계입니다. 284P]
늘 이런 관계를 꿈꿉니다. 그리고 그리되도록 생각을 그곳에 집중합니다.
한번 더 안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게 하는 글입니다.
나의 사정을 남들이 꼭 다 알아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지요.
내가 알아주면 됩니다. 내 안의 내가 토닥여주면 됩니다.
글을 쓰는 저자를 떠올려봅니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면서 정화된 마음은 그대로 글에 녹아 새겨졌겠지요. 그의 글 중에 '서울'이라는 글씨가 참 마음에 듭니다.
['서'자는 북악산, '울'자는 한강으로 쓰자. 그래서 이렇게 산을 그려서 '서'자로 만들고 '울'자를 강물처럼 썼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다 한시 산 수를 방서로 썼습니다. 북악 무심 오천 년 한수 유정칠 백리(북악은 5천 년 동안 무심하고, 한수는 유정하게 700리를 흐른다.) 318p]
뜻과 그의 담긴 생각을 단 두자에 이렇게 담아낸다는 것이 참으로 멋졌습니다.
그는 문사철시서화 모두에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가 남긴 글씨가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강조하십니다.
한 번 읽고 줄 친 부분들만 모아서 따로 두 번을 더 읽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처음부터 찬찬히 다시 읽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꼭꼭 씹어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신영복 님의 사람 냄새가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