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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Feb 06. 2022

토요 북클럽

책 읽는 토요일

격주로 토요일 아침에 책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입니다.

이 책은 다른  책 모임에서도 이미  두 번 읽었지만 새로운 책 모임이 생기면 빼놓지 않고 꼭 다시 챙기게 됩니다.

깊이 있는 사유와 함께 작가 앞에 놓인 운명이 안타깝게 다가오지요.

첫 장을 넘기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김진영 선생은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아침의 피아노]의 글들을 쓰셨다.


처음 책을 집어 든 날 이 글을 보며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와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가벼운 에세이집인 줄 알았고, 한강 작가의 추천도서라는 말만 듣고 책을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순간 숙연해졌고 책장을 넘기기가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삶과 죽음 사이 가느다란 줄 위에 서 있는 듯한 작가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234편의 글입니다.

生에 대한 아쉬움과 깊어가는 병세와 흐트러지지 않는 사유가 글이 되어 남았습니다.

글은 일상의 기록으로 詩처럼 흐릅니다.

내밀한 작가의 이야기를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라 이렇게 읽어도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마저 들었지요.

생이 소멸해가는 시점, 작가에게 일상은 크고 아름답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 산책.
또 꽃들을 들여다본다. 
꽃들이 시들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철없이 만개할 수 있을까.


길가의 풀을 보지 못하고, 만개한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삶은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자연이 내 마음으로 스며들지 못한다면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지도요.

작가의 마음이 되어 천천히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뾰족한 내 마음도 다듬어집니다.

뒤로 갈수록 작가의 문장은 급격히 짧아지고,

가빠진 호흡이 느껴져 마음이 절절했습니다.

적요함과 편안함의 마무리.


그 곳에서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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