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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Aug 14. 2023

한 점 하늘 김환기 회고전

그리고, 그의 아내 김향안

호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 점 하늘 김환기' 회고전을 보고 왔다.

김환기의  작품을 이렇게 시기별로 한 공간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여태도 없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달 항아리에 심취한 초기 작품부터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그리고 완성된 점화까지 그의 회화 역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예술가로서의 곡진한 삶과 내면에서 발산되는 표현들을 점화로 승화시킨 그의 후기 작품에서 울컥한 감동이 일었다.  몰입하지 않고서 한 분야에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김환기의 전면 점화는 우주의 영원성과 삶의 영속성을 떠올리게 했고, 작품 속에 스며든 그의 혼이 느껴졌다. 모든 걸 쏟아부어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가 작품에 매진할 수 있었던 힘의 바탕엔 그의 아내 김향안(변동림)의 헌신도 한몫한다. 남편의 예술혼이 마르지 않도록 최선의 뒷받침을 해 준 대단한(그 작은 체구에 어찌 그런 에너지가 담겨 있었을까) 삶이었다.


                                                                                          사진출처 : 네이버

                                                                                                     

50년대 파리 시내에서 찍은 부부 사진은 참 인상적이다. 이 사진을 예전에 보았을 땐 작가 이상의 아내였던(당시 이름은 변동림) 그녀가 키도 크고 훤칠한 화가 김환기의 아내가 되었군. 대체 그녀의 매력은 뭘까? 뭐.. 이 정도 생각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김환기의 작품과 그의 삶에 지지대처럼 작용하던 그녀의 삶에서 또 다른 형태의 감동을 받았다. 그녀 또한 문학적인 지성과 화가로서의 재능이 다분히 있었다. 자신도 틈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도 남편의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매니저 역할에 더욱 최선을 다했다. 김환기는 자신의 작품이 바깥세상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늘 궁금해했다. 그런 남편을 위해 50년대 홀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1년간 미리 자리를 잡고 남편이 그림을 그릴 아틀리에와 작품 전시할 기반을 닦은 후 남편을 부른 일화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가치 있는 삶이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그 깊이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군가를 빛내줄 수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숭고하다. 비록 자신이 그 찬사를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번 전시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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