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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선물

마음에 품은 그림책 씨앗

by winter flush

5년도 더 된 일인가 봅니다.

茶로 인연이 되어 알게 된 지인 으로부터 '무민' 그림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읽어 주던 그림책을 사십이 넘은 제가 선물로 받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늘 책을 가까이하시던 그 지인 분은 언제부턴가 그림책을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초대받아 집에 가보면 책장 한쪽을 빼곡히 자리하던 알록달록 그림책들..

왜 이런 그림책을 읽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보다는 어떤 즐거움이 숨어있는 걸까? 하는 마음이 더 먼저 자리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책 한 권을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이 그림책을 읽는데 자꾸 선생님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한 권 더 구입하였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자꾸 제가 떠올랐다는군요.

얼굴 가득 맑은 미소로 건네주시던 그때의 따스한 기억.

그때 그분은 제게 그림책 씨앗을 마음에 심어 주셨는가 봅니다.

그날 이후로 제 마음엔 씨앗이 계속 자라 이 봄에 조금씩 싹을 틔우네요.

Screenshot_20190327-104948 (2).png 찾아보니 그때의 사진이 이렇게 남아있네요.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던 그림책..

아이가 크면서 보던 그림책을 전부 주위에 나눠주고 빈자리에 새로운 책을 꽂으면서도 그 아쉬움을 몰랐습니다.

언제부턴가 책방 나들이를 할 때마다 그 책방을 기억할 수 있는 그림책을 한 권씩 집어 오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책방을 가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지요.

그렇게 모은 그림책들이 제법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모아 오던 그림책을 더 행복하게 읽고 싶어 지더군요.

혹시나 그림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모임이 있을까? 하고 찾던 중, 예전 제가 북 토크를 했던 골목 책방 '브로콜리 숲'에서 마침 [그림책 산책]이라는 3회 수업을 하는군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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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신청을 하고 수업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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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창 아래,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골목 책방.

이 곳은 제 마음의 그림책 같은 곳입니다.

안에서 퍼지는 따스한 온기는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에 은근히 전해지고 딛는 발걸음엔 기운이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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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두 분을 닮아 더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는 이 곳.

마음으로 반겨주는 이 공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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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신 선생님.

그림책을 어쩜 이렇게 맛있게 읽어주실까요?

전 선생님께 반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에 더 깊이 빠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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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를 처음 만나고 깊이 빠지면서 제일 좋았던 건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차가 제게 전해 준 선물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 이제 또 하나의 반짝이는 선물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맑은 햇살 아래 찰랑이는 호수처럼 마음이 반짝거리네요.

함께 그림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이 시간이 제게 준 선물입니다.

문득, 무민 그림책을 선물로 주신 지인분께 연락을 드리고 싶어 집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차 한 잔 하자고 말입니다.

그분을 닮은 그림책을 하나 골라야겠습니다.

그 책은 분명 햇살처럼 밝고 온돌처럼 따스할 것입니다.

그분의 마음이 그렇거든요.

심어주신 씨앗이 이제 파릇하게 새싹으로 돋아난다는 이야기도 해드리면 기뻐하시겠지요?

돌아보면 주위에 온통 '감사'할 일이 가득하네요.

따스한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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