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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Nov 09. 2023

소진되는


나를 잃고 나로 살아가는 느낌이 종종 있다.

열심히 삶을 살아내지만 정작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뒷전으로 밀리고

내 안에서 타협되지 않은 채 삐그덕 거리며 시간을 쌓아가다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마음을 만난다.

'나'는 하나인데 나의 쓰임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이런저런 이름으로 나를 찾는다.

마치 해야 할 일이 수천 가지쯤 되는 사람처럼 때론 너덜너덜해진다.

조금 더 단순하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그 마음은 저녁때쯤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다음날의 해야 될 일들을 줄 세우고 있다.

그런데 그 일들이 정작 내가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던가?

대부분이 책임과 의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들도 굳이 내가 해야 할 것 같아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은 내 몫이 돼버린다.

이걸 희생이라고, 배려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나를 잃는 느낌을 안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 나는 어느 순간 소진되어 사라져 버릴지 모르겠다.

외부로의 안테나를 더 접고 좀 더 좁은 세계로 향하자.


더 단순하고, 더 풍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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