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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Aug 30. 2024

가지김치

가지와 친해지는 시간

나이 들어 친해진 채소 중에 가지가 있다. 보라색 채소를 예전엔 먹지 않았다.

물컹하고 특별한 맛이 없다 느껴서인지 결혼하고 살림을 하면서도 장을 보러 가면 가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반찬으로 만들까 하고 장을 봐와서는 손이 가질 않아 냉장고 야채칸에 오래 두어 버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을 지경이니 말이다.

그런 가지에 대한 대한 새로움에 눈을 뜬 건 가지초무침을 해 먹으면서부터다. 가지를 쪄서 초무침을 해 놓으면 식구들에게 인기가 좋다. 시아버님이 아프시면서는 매주 밑반찬을 만들어 보내드렸는데 그때 가지 초무침을 자주 해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가지는 이제 장을 볼 때 자주 구입하게 되는 매우 친근한 채소가 되었다. 얼마 전 가지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보고는 따라 해보고 싶다는 열의가 생겨 바로 가지 열다섯 개를 주문했다. 한 번에 가지를 이리 많이 구입한 것도 처음이네.

영상에서 보니 과정이 번거롭지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커다란 찜통, 믹서기를 비롯해 큰 그릇들이 대거 출동이다. 겨우 가지 열다섯 개로 뭔가를 만들어 본다고 시작한 일에 주방이 금세 어수선해졌다. 치우는 건 나중 일이니 우선 가지를 하나씩 정성스레 씻어 끝을 남기고 열십자로 잘라본다.

이렇게 자른 가지를 찜기에 쪄주는데 여기서 시간이 오버되면 물러지니 주위가 필요하단다. 2분 30초만 찌라고 주의를 줬으나 결과물을 보니 대략 3~4분 정도는 쪄야 적당할 것 같다. 찐 가지를 소금이 아닌 액젓을 이용해 30분 정도 절여주는데 이때 잘 섞어주어야 골고루 절여진다. 절여지는 동안 양념이 될 재료들을 썰고 믹서에 갈아서 버무릴 준비를 해둬야 하는데 준비할 것이 홍고추, 양파, 식혀 둔 밥 등이다. 밀가루나 찹쌀풀 대신 이렇게 찬밥을 갈아서 쓰니 한결 간편해서 좋다. 큰 그릇에 믹서에 넣고 간 것들을 쏟아붓고 고춧가루와 마늘, 청양고추, 대파 등 첨가하여 절여진 가지를 넣어 잘 버무려 섞어주면 이제 거의 다 왔다. 

양념옷을 입은 가지를 김치통에 담아 실온에서 익혀주는데 대략 하루 정도 실온에 뒀다 냉장고에 넣으니 적당하다. 익기 전에 한 입 먹어보니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음 날 다시 먹어보니 짠맛이 골고루 배어 오히려 조금 짠 느낌이 들었다. 

맛은.. 처음 시도해 본 것이라 조금은 어설펐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찌는 시간의 부족과 절일 때 들어간 액젓의 양. 다음번에는 좀 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이 왔고, 이제 가지와는 매우 친한 사이가 되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사람은 변하고, 입맛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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