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기 사고의 틀 안에 내용을 가두고 자기식대로 해석을 덧붙이며, 의견을 나누기보다는 일방적인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설교로 변질되어 버린 대화가 반가울 리 없다. 대화는 어느 순간 경청만을 요구하고 '나'를 드러내려는 본능은 어떤 주제도 '나의 잘남'으로 귀결시켜 버린다. 이미 이런 식의 사고로 굳어버린 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득한 자의식을 뽐내며 자신을 치켜세워줄 대상을 물색해 귀는 닫고 입만 사용하려는 의지를 고집한다. 우연한 경우 이런 이와 한 자리에 있게 되어 듣는 강요를 피할 수 없게 되면 그야말로 고문의 시간이 시작된다.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고, 새장에 갇힌 새처럼 자리를 지키며 귀에 담긴 말들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마음과 싸우면서도 마지못한 동의의 끄덕임을 기계적으로 하게 된다. 소멸되는 내 시간의 억울함에 은근히 화가 스미고 틈을 주지 않고 쏟아내는 상대의 소음에 적의를 품게 되지만 밀어붙이는 상대의 기운에 눌려 흐름을 바꿀 어떤 시도나 반박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모든 생각의 날개를 접는다. 이런 상대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 모습이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내재되어 있다. 자아를 드러내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 말이다. 봐줄 만한 정도의 선을 지키며 겸손한 대화를 나눈다면야 무슨 문제가 될까. 그러나 언제나 선을 넘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