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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어쩌면 이사

by winter flush


이사를 하게 될지도 모르기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게 대략 십 년 정도 되었으니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막상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 집에서의 좋은 기억들이 가없이 차오른다. 세 식구 모두에게 각자의 즐겁고 좋은 일들을 선물처럼 받게 된 것도 다 이 집의 기운처럼 느껴지고, 이곳에서 식구(반려견 하루)도 늘었다. 남편의 옮긴 직장이 사는 집에서 다니기엔 너무 멀다는 것이 이사의 이유지만 남편은 일단 다녀 보겠다고 한다. 막상 내가 매일 출퇴근한다 생각하고 거리를 가늠해 보니 역시나 너무 멀다. 30분 정도의 거리로 집을 알아보고 부동산 사람과 약속을 잡아 네 군데의 집을 보고 왔다. 서울, 그것도 지하철역 부근의 집을 알아보니 공간을 지금 사는 집의 3분의 2 정도로 줄여야 했고, 또한 집을 팔아도 서울의 전셋값 밖에(맘에 드는 곳은 그 이상!!) 안된다는 슬픈 사실이 참담했다. 게다가 그 비싼 집들의 상태는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좋았던 건 교통 혜택 단 한 가지뿐. 그 어떤 것도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짐을 반으로 줄여서까지 무리해서 이사를 가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고, 지금 사는 집을 떠난다는 게 내키지 않을뿐더러 그동안의 안락함에 감사의 마음마저 올라왔다.

부동산 사람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오는 길은 어찌나 막히던지,, 이 길로 출퇴근할 남편 생각을 하니 가슴은 답답하고..) 인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지만 생각지 못한 남편의 이직으로 맞닥뜨린 이 지점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가.

노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지하철 노선도를 또다시 펼치고 부동산 앱을 뒤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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