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속 티타임

북클럽 이야기

by winter flush

2019년 시작된 책모임이 코로나 시기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꾸준히 잘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멤버들의 결혼도, 아이의 출산도 함께 하며 가족과 같은 돈독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간다. 그동안 읽은 책들이 제법 쌓였고, 중간중간 멤버의 교체도 있었지만 처음의 그 느낌이 잘 유지되고 있다 느껴지는 건 시간의 연륜 덕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책모임은 늘 차茶와 함께한다. 그건 유독 차를 사랑하는 나의 이유기도 한데 차를 잘 모르던 멤버들도 하나 둘 차의 세계에 흥미를 갖게 되고, 모두가 제법 차를 즐길 줄 알게 되니 모임을 주최하는 나로선 꽤나 보람 있는 일이다. 매해 12월은 좀 더 의미 있는 티타임을 가지려 어울리는 책 선정에 고심을 하는데 지난 12월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로 매듭지었다면 이번엔 영국의 동화 속 티타임을 이야기한 기타노 사쿠코의 <책장 속 티타임>으로 정했다.



열 하나의 동화는 '나니아 연대기'에서 시작해 '메리 포핀스'로 끝나지만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향긋한 차와 달콤한 티푸드의 사연을 하나하나 만나다 보면 책장에서 이미 사라진 동화를 다시 찾아 읽고 싶은 열정이 되살아나 서점의 주문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아무리 먹어도 모자라다는 생각만 들어 결국에는 죽고 마는, 무시무시한 '마녀의 음식'(16p)이라는 터키시 딜라이트는 결국 장미맛을 비롯해 견과류가 콕콕 박힌 녀석들까지 주문하게 만들었다. 즐거움 덩어리라는 뜻의 '럼프스 오브 딜라이트'가 원래 이름이지만 별명인 터키시 딜라이트로 더 많이 알려진 이 녀석은 마치 하얀 베일에 싸인 보석처럼 그 빛을 감추고 얌전히 앉아있다. 사탕도 아니고 캐러멜도 아닌 젤리와 가장 유사하지만 그렇다고 젤리도 아닌 이것을 저자는 과자로 부른다. 책장을 펼치고 처음 만난 이 과자는 나니아 연대기 속 옷장처럼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구운 사과는 사랑의 맛이라는 '사과밭의 마틴 피핀'은 또 어떤가. 요즘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새콤 달콤한 홍옥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들고, 귀족 가문의 이름처럼 다양한 사과 품종을 따라 읽으며 그 아삭한 식감마저 느껴본다. 마멀레이드잼을 좋아하는 페루에서 온 '패딩턴'은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왜 오렌지잼이 아닌 마멀레이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바삭한 토스트에 버터를 두껍게 바르고 그 위에 마멀레이드잼을 올려 따끈한 홍차 한 잔과 함께 하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는 이 맛 때문에 책을 읽다 말고 일어나 차를 우리고 식빵을 굽게 된다.



이 책은 그야말로 유혹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창밖의 추위로 거리가 얼어붙는지도 모른 채 계절의 흐름을 잊게 만들며 잠시 영국의 이곳저곳을 기웃대다 온 사람처럼 마음을 홀린다. 잔화에 입을 대고 호호 불어 불기운을 살리듯 동심이 사라져 간 마음자리에 불씨를 지핀다. 나이 들수록 찾아내야 하는 건 어린 시절 품었던 동심일지 모르겠다. 한편 한편 사연 따라 책 여행을 함께하며 누리는 티파티로 올 한 해도 잘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26년 새해엔 또 어떤 책여정을 이어갈지 미리부터 설레는 마음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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