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무

by winter flush

주로 인터넷으로 장을 봅니다.

요즘은 더욱 그렇게 되었지요.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이면 배송 되던 것이 며칠을 더 기다려야 도착을 하니 한번 주문할 때 좀 더 구입 목록을 늘리게 됩니다.

늘 구입하는 품목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는 커다란 '무'도 있습니다.

큼직한 무 하나면 왠지 마음이 든든해지지요.

이 녀석으로 시원한 뭇국을 끓여도 좋고,

듬성듬성 썰어서 매콤하게 무 조림을 해도 식구들이 잘 먹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채 썰어 무치는 무생채 무침이지요.

자신 있게 만드는 밑반찬이기도 합니다.

새콤달콤한 맛에 수북하게 담아 놔도 몇 번 젓가락이 오고 가면 금세 사라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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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무겁습니다.

보들보들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겼습니다.

하얀 속살이 탐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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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썰 준비를 해봅니다.

가지런히 줄 세워 무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요.

채를 썰고 나면 늘 목과 어깨가 뻐근하니 제게도 잠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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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써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네요.

이 단순한 반복적 행위가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잡념도 들지 않고 오로지 손에 닿는 감촉과 내주는 향이 자신의 정체성을 일러 주는 것 같아 한 번 더 눈 마주침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물을 데칠 때 이런 생각은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데쳐진 나물을 건져서 체에 밭치면 뜨거운 향이 위로 훅 올라오지요.

저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아 장바구니에 종종 나물을 골라 담게 됩니다.

저마다 다른 향을 간직한 채 뽐내듯 향을 뿜어내는 순간 말입니다.

체에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대고 뜨거운 김이 다 없어지기 전에 숨을 깊게 들이쉽니다.

어느 밭에서 누구의 손을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노지에서 자란 녀석들과는 더 반가운 마음이 들지요. 쉽게 만날 순 없지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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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소금에 30분 정도 절이니 숨이 알맞게 죽었습니다.

씻지 않고 고인 물만 따르고 꼭 짜서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 줍니다.

쪽파와 다진 마늘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참기름과 통깨는 마지막 주자입니다.

채 써는 것이 일이지 그 나머지는 일도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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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갖다 드릴 양은 따로 담습니다.

엄마 역시 무생채를 좋아하시지요.

제가 엄마를 닮은 거겠지요?

이제 정리하고 茶 한잔해야겠습니다.

맑은 봄날의 마음을 기대합니다.

모두 힘내는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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