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두

by winter flush


코로나로 일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음 공작소 북클럽은 두 달째 모임을 갖고 있지 않고, 수업도 기존에 진행하던 팀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요.

진행하려던 북토크도 모두 연기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딸과 함께 보내고 있네요.

하루 종일 집에 있다보면 구석구석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집안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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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하나 꺼내 놓고 뭘 만들까 잠시 생각합니다.

얼마 전 사다 놓은 만두피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네요.

식구들은 만두를 무척 좋아합니다. 저 역시 그렇지요.

집에서 빚어주는 만두를 제일 좋아하지만 매번 만두를 빚을 수는 없어 손만두 잘 하는 곳이 어딘가 늘 찾게 됩니다.

딱히 마음에 드는 만두가게를 아직도 찾지는 못했지만요.

호박을 채 썰어 만두소로 만든 호박만두를 좋아하는 식구들을 위해 눈앞의 이 녀석은 만두로 변신시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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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쌓여있는 만두피를 보면서 한 장 한 장 속을 채우고 김 오른 찜통에 쪄 낼 생각을 하니 미리 흐뭇합니다.

김치도 꺼내 송송 썰고 돼지고기, 두부 등 속에 넣을 재료들을 모두 동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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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료는 물기 없이 꾹 짜줘야 하지요.

두부에서 물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면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만두소가 완성되었습니다.

딸내미 불러서 함께 만두를 빚어 봅니다.

딸도 나중에 결혼하면 식구들과 도란도란 둘러앉아 함께 만두를 빚을까요?

만두를 빚을 때면 어릴 적 식구들과 빙 둘러앉아 함께 만두를 빚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예쁘고 단단해서 속이 터지지 않는 만두는 아빠의 만두였습니다.

아빠가 빚은 만두는 금세 알 수 있지요.

터지지 않게 둥근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조금씩 잡아 꼭꼭 집어 주시는 데 그 모습이 마치 켄타로 사우루스 공룡의 등처럼 울룩불룩하지요. 그 단단한 생김새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딸에게 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할아버지 만두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자기도 해 보겠다며 만들어 보지만 제 눈엔 마냥 어설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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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다 채우고 나니 만두피가 조금 남았네요. 만두소가 좀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다음엔 어떤 재료를 좀 더 준비하면 될까 양을 가늠해 봅니다.

이렇게 딸과 함께 만두를 빚고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요?

소중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집안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지만 왠지 아깝지 않다 생각 드는 건 이 소중함이 감사하기 때문이지요.

딸내미가 만두 사진을 찍어 아빠한테 보내네요. 퇴근시간이 더 빨라지겠답니다.^^

만두 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람이지요.

이렇게 식구들이 좋아하는데 왜 자주 못해줬을까요?

미안한 마음도 슬쩍 올라옵니다.

코로나가 사람들에게 깨우쳐주고 싶은 것들이 분명 있겠지요.

조금 더 느린 일상,

사회적 거리두기 이면의 가까워진 마음의 거리,

작은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힘든 곳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 집중돼야 할 때입니다.

그 신호를 분명히 읽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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