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문숙 작가님과의 인연..
두 해 전 [전업주부입니다만]이라는 제목의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제목은 계속 제 마음을 붙잡고 있었지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호기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주부'라는 단어의 무게를 잘 측정해 낼 수 있을까?
식구들의 당연한 시선을 감내하면서 묵묵히 지켜야 하는 이 자리에 대한 항변이 내 것에 미치지 못하면 왠지 속상할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항변'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네요. 마음에 어떤 응어리가 딱지 져 내려앉아있었던 모양입니다. '주부'라는 단어 앞에서 말이지요.
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주문해 읽어내려가는 동안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렇게 주부로서 완벽한 사람도 있구나...'
전 오히려 좀 더 '주부다워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것의 미치지 못함이, 부족함이 부끄러웠지요.
전 '작가'의 전작이 있음을 알고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이 작가의 글을 더 읽어내고 싶었지요. 읽고 나니 목마름이 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전작[안녕하세요]는 눈이 즐거울 정도로 아름다운 일상의 사진이 가득하더군요.
사진에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사물에 대한 애정이 담긴 시선 말입니다.
글에서 느껴지던 마음과 시선이 전해주는 그 마음이 오롯이 제게 전해져 저의 하루를 따뜻하게 데워주더군요.
그렇게 작가님의 책은 주부로서의 동지를 넘어 위안을 주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지난가을 세 번째 책 [깊이에 눈뜨는 시간]이 출간되었을 때는 책이 나오기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 저는 늘 꿈꾸던 저만의 공간을 갖게 되어 그곳에서 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있었지요.
茶를 마시고, 수업을 하고, 책 모임을 하고, 저자들과의 북토크를 하는 등 생각으로만 품고 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책이 나오면 라 작가님을 모시고 신간 북토크를 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마음이 있으면 이루어지는가 봅니다.
출판사의 편집자분이 제게 직접 연락을 해서는 저의 공간에서 작가님의 북토크를 할 수 있는지 물으시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건지.. 참 신기했습니다. 나중에 작가님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님도 제 공간에 꼭 와보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셔서 또 한 번 놀랐답니다.
그렇게 저는 작가님과 글과 사진뿐이 아닌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선이 참 비슷하구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런 느낌은 계속 올라옵니다.
좋아하는 작가, 작가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방향.. 모든 것이 통했지요.
심지어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까지도 말입니다.
그날 이후 작가님과 저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이 모임에는 그림을 그리시는 작가님도 한 분 더 계시지요.)
만나서 茶를 마시고 그림책과 책 이야기를 나누며 두어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만 제겐 그 시간이 늘 짧게만 느껴집니다.
며칠 전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주문을 하고 받고서는 바로 다 읽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예쁜 책이라니요..
표지의 토끼가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이번엔 '그림책 에세이'입니다.
그림책으로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영광을 갖고 있는 제겐 더없이 기쁜 신간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시련(프로그램 오류로 저장된 원고를 모두 잃어버리는, 그것도 두 번이나..)을 아는 저로선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책입니다. 그 일마저 '시고 떫은 풋과일 같은 글들이 익어갈 시간이 필요했던(272p)'거라고 말하는 작가님의 긍정성을 닮고 싶습니다.
이번 책에선 전작들보다 한 뼘 더 가까운 저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의 기록이,
숨겨 있던 저자의 기억들이
그림책을 통해 터져 나와
나의,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는 시간이 되어 선물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제가 가끔은 작가님의 '토끼'가 되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