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 라이프

by winter flush

처음 '휘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너무 생소해서 그 뜻이 전혀 짐작되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에 휘겔리한것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20200410_082133.jpg

'휘게(hygge)'는 노르웨이 단어에서 비롯되었고, 덴마크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문서로 기록된 건 1800년대 초반이네요. 단순히 '웰빙'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서 이해하기에는 섭섭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아주 천천히 느리게 걷는 삶처럼 휘게 라이프는 마음에 내려앉네요.

예전 법정 스님의 법문 중 이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납니다.

"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는 올림픽 표어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아주 몹시 역겹고 심한 저항감을 느껴요." 역겹다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며 현대인들의 빠른 속도감에 반하는 내용을 말씀하셨던 그 법문이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더'라는 부사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만 그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누구보다 '더', 무엇보다 '더'..

대부분은 어떤 대상과의 비교가 기준이 되겠지요.

이 기준은 삶을 지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됩니다.

'기준'이 내 삶을 향상시키는 잣대가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할까요?

제 생각에 그 기준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과의 비교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의 중심에서 말입니다.

예전의 '나'와 비교해서 조금 더 성숙해졌구나. 그때보다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졌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각자의 속도를 알아야 무리하지 않게 됩니다. 내 속도에 맞는 삶을 즐기고 누려야지요.

그것이 인생을 좀 더 휘겔리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요?

조금 더 느리게, 편안하게, 여유롭게.. 말입니다.

한가로운 마음으로 저만의 휘게 라이프를 생각해봅니다.

우선 茶가 있겠네요.

언제 어디서든 제시간 안에 쉼표를 제공해 주는 것이지요.

힘든 일 뒤에 '차를 마셔야지' 하는 생각을 품기만 해도 마음은 금세 누그러집니다.

찻잎을 고르고, 물을 데우고, 향을 맡고, 한 모금 입에 담으면 세상의 근심이 조금은 덜어내지는 것 같습니다.

20191116_121407.jpg

이번 생에서 茶를 만난 것은 참으로 행운이란 생각이 드네요.

차를 통해 책과 좀 더 가까워지고,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빨리'가 필요한 영역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방역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아닌 대부분의 삶에서조차 빠른 속도를 지향할 필요가 있을까요?

속도를 내어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 봅니다.

지금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걸까? 무엇을 향해 가는 것일까?

대부분의 일은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잠시 멈추고 걸어온, 혹은 달려온 시간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을 휘겔리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20200401_111708.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림책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