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우연히 지인분으로부터 이 책의 한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 장면은 마음에 깊게 각인되었고, 잔잔한 파문과 함께 눈물이 고였습니다.
대단한 소설일까?
아니면 지인분의 밀도 있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움직인 걸까?
어떤 이유로든 빠른 시일 내에 이 책을 읽고 싶어졌지요.
읽으면서 바로 이해되는 글보다는 곱씹을 여지가 많은 글을 좋아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 본다면 몽환적이거나 신비로운 신화적인 소재까지 살짝 가미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얀 마텔은 이런 까다로운 기호를 가진 독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작가입니다.
[파이 이야기]에서 그랬듯 말이지요.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다시 읽으면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한 겹 더 읽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역시나 천재 작가입니다.
삶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겠지요.
소설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가 각기 다른 시대를 관통하여 하나의 선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진리.
인간이란, 가장 나약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만큼 강한 존재라는 것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사유하게 됩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을 때..
헤아리기 쉽지 않은 그 부재의 무게를 고독한 세 남자를 통해 가늠해보게 됩니다.
깊게 패인 그 자리에 '상실'이라는 단어가 내려앉습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인생의 모순 중 하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가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 이란 생각을 하면서 이어진 생각이었지요.
그럼에도 이들의 '상실'은 무척이나 아픈 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 진실 앞에 몸부림치는 生의 변주가 '자연'으로 귀결될 때 안도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베리아 코뿔소를 향해 질주하는 침팬지처럼 말이지요.
신과 종교와 철학과 우주에 대한 생각을 툭 던져주었네요..
책을 덮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이 공중에 둥둥 부유합니다.
이야기. 믿음. 본질. 사랑. 상실. 고독. 자유. 침팬지. 새끼 곰. 이베리아 코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