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이야기..
금요 북클럽 모임을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 사이 사정이 생겨 빠지게 된 멤버도 있고, 새로 합류하신 멤버도 있어 현재는 여섯 분이 자리를 지키고 계시네요.
함께 토론하기 딱 좋은 인원이라는 생각입니다.
한 달에 두 번 모이는 금요 북클럽에서 그동안 읽은 책만 해도 꽤 되는 것 같네요.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서 돌아가며 리더가 발제를 하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금요 북클럽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부담보다는 모두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설레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두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설레임은 아침 인사와 함께 고스란히 전해지니 말입니다.
책 모임 멤버 한 분 한 분 떠올리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좋은 분들과 좋아하는 책을 읽고 함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운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번엔 멤버 한 분이 추천하신 체코의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고 모였습니다.
이 책은 제가 몇 해 전 읽었었는데, 꽤 어렵다고 느꼈던 책입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기법은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흐름을 깊이 있게 따라가기란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번 모임에 이 책이 선정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건, 드디어 제대로 다시 읽을 기회를 만난 것 같아 서지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이해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멤버들이 오기 1시간 전쯤 저는 미리 도착해 함께 할 자리를 마련합니다.
어떤 차를 우릴까 잠시 고민을 합니다.
겨울이 되니 보이차에 손이 자주 가는데 오늘은 보이차를 자차법으로 끓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소청감 이라는 청귤 보이차(진피보이) 입니다.
작은 청귤을 따서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보이 숙차를 넣어 건조 시킨 것입니다.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하여 중국에선 많이 마시는가 봅니다.
좋은 효능이 있다하여 소개하는 글을 읽다 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싶은 것이 조금은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포장에서 꺼낸 모습입니다.
정말 귀엽고 아담한 사이즈네요. 작은 청귤 안에 보이차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요 작은 녀석 하나면 2L 정도의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차(뜨거운 물로 15초 정도 우린 후 버리는 것)를 먼저 해주고 자차법(끓이는 방법)으로 준비해 봅니다.
마음 공작소, 작은 공간이 보이차 향으로 금세 물들었네요.
한 분 두 분 자리가 채워집니다.
따뜻한 차로 추워진 몸부터 데워 드려야겠습니다~
따스해진 몸과 마음은 책으로의 여행을 부추기네요.^^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해 보입니다.
어린 아이마냥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서 감사한 마음이 올라오네요.
혼자서 읽을 때 느끼지 못했던 풍성한 이야기가 계속 쏟아져 나옵니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마무리하기가 못내 아쉬운 마음입니다.
한 분이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모두에게 나눠주십니다.
맛있는 떡이 있어 조금씩 포장해 오셨다며 집에 가서 먹으라 주시네요.
어쩜 이렇게 곱게 포장하셨을까요~
이 시간을 위해 포장하셨을 모습을 상상하니 그 모습이 더 곱게 느껴졌습니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되었다는 주인공 한탸의 삶과 고독과 죽음을 통해 작가는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고 싶었던 걸까요?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삶과도 겹쳐지는 고독과 죽음은 첫 장 괴테의 '태양만이 흑점을 지니고 있다'라는 짧은 문장 속에 모든 걸 함축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어떤 인물에 마음이 갈지, 시시포스 콤플렉스는 내 일상에 어떻게 대입할 수 있을지, 주인공 한탸와 생쥐와 예수, 노자. 그리고 책에서 거론되지 않은 윤동주의 시와 니코스 카잔차키스까지 떠올리게 되면서 몇 년 후 다시 읽으면 또 어떨까 싶은 설레임 마저 함께 하게 되네요.
함께 읽어 더 풍성해진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계속 울리는 확진자 문자에 우울해지는 것도 사실이네요.
책모임도 12월은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우울감이 잠시잠시 찾아오기도 하지만 책이 있어 위로가 될 수 있음에 안도하게 됩니다.
모두 잘 이겨 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