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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Jan 14. 2021

모방된 행동 패턴

내 마음 기록 3

모방된 행동 패턴..


행동치료는 현대 심리치료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 프로이트 이후 수많은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음을, 특히 행동치료의 주요인물 들의 업적을 통해서 실감하게 된다.

그들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과학적 노력이 좀 더 치료에 적극적이고 단기적인 성취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실험이 무모하고 비인간적임을 느끼게도 하는데, 가령 보보 인형 실험이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모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거나, 11개월 밖에 안된 아기 앨버트에게 쥐 인형 실험 같은 공포 반응 조성이 미래의 앨버트에게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은 행동치료의 한계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은 ‘모방’을 통해 많은 부분 새로운 행동을 학습한다고 한다.

무심코 습관적인 나의 행동 패턴이 있다면 과연 나는 누구의 모습을 습득한 것일까?

부모님을 떠올려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듣고 자랐는데 사람들은 생김새를 보고 그런 말을 했겠지만 나 스스로는 내면도 참 많이 닮았다고 느낀 적이 많다.

아빠가 하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그 말에 담긴 생각을 누구보다 먼저 읽을 수 있었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의 과정이나 방식 등이 다른 식구 누구보다 막내인 내가 아빠를 많이 닮은 걸 느낀다.

이런 유사한 행동 패턴이 ‘모방’에 의한 것일까?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이니 대여섯 살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인 것 같다. 식구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면 아빠가 집는 반찬을 그대로 따라 먹던 기억이 있다. 김치를 집어 드시면 나도 바로 김치를 집고, 김을 집으시면 나도 김을, 생선을 한 점 집으시면 나도 생선을 바로 집어먹다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놓치는 반찬도 있고, 너무 빨리 따라 먹다가 체한 기억도 있다. 그때 왜 그런 행동을 따라 했을까?

또 하나의 기억은 아빠가 TV에서 스포츠, 특히 권투 경기를 보실 때면 권투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에 맞춰 아빠도 경기에 심취해 있곤 하셨는데 그런 때면 나도 아빠나 TV의 선수처럼 아빠의 등에 훅을 날리고 잽을 날리고 했던 기억이 있다. 권투를 좋아하지도, 관심도 전혀 없었지만 아빠가 좋아하는 그 시간을 흥겹게 모방하며 뿌듯해하던 기억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엄마도 아닌, 오빠도, 언니도 아닌 아빠의 행동을 자주 모방했던 것일까? 타고난 기질과 성향의 비슷한 일면이 무의식적으로 아빠의 모든 행동을 닮게 만드는 끌림이 있었던 것일까?

나의 행동 패턴 속에서 아빠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를 때면 3년 전 먼 곳으로 떠나신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운 마음이 교차되곤 한다. 말을 할 때 한참 뜸을 들이시며 천천히 대답한다고 답답해하시던 엄마의 말이 떠오르는 건 내가 그렇게 아빠처럼 대답할 때 머뭇거리고 말을 고르기 때문이다.

저녁이면 집안의 문과 창문을 다 점검하시고 뭐든 꼼꼼하게 안전에 대비한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이다.

상자를 하나 포장할 때도 모서리 하나 빈틈없이 테이프로 꼭꼭 붙이시던 그 모습 또한 식구들 중 내가 가장 많이 닮았다.

요즘도 가끔 엄마는 내가 아빠를 제일 많이 닮았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면이 단지 ‘모방’에 의한 나의 습관적인 행동 패턴이 된 것인지, 아니면 같은 기질로 태어나서 더욱더 닮게 된 것인지가 궁금하다.

심리치료 이론을 하나씩 배워 갈수록 쉽지는 않지만 무척 흥미롭다.

하나의 이론을 만들기까지 열정으로 노력한 학자들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 행동치료

                                                  밴두라                  /                    스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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