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강철의 숲'이라는 제목을 보고 피아노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책이 좋다는 평을 듣고 찜해 두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책을 펼치니 제목은 피아노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피아노...
제겐 뗄 수 없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는 악기입니다.
어린 시절 가장 먼저 만난 악기이기도 하지만 제 슬픔의 근원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아마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 마음을 풀어놓고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하겠지요.
책은 조율사 도무라 군의 시선으로 바라본 피아노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으니 조율사를 만날 일이 없지만 예전엔 1년에 한두 번씩 조율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피아노를 조율하곤 했습니다.
조율에 따라 피아노의 음색과 건반의 터치감 등 전반적인 소리의 질이 달라지니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은 조율사에게 조율을 맡기면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작은 차이가 아닌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책을 읽으며 옛날 기억이 많이 났습니다.
주인공 도무라 처럼 피아노와 연주자, 장소까지 모두 고려하여 음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조율하는 조율사를 만난다는 건 무척 행운입니다.
조율사 입장에서도 피아노를 아끼고 소중하게 연주하는 연주자를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겠지만요.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란 도무라는 늘 듣던 숲의 소리를 피아노에서 듣습니다.
가문비나무가 빽빽한 숲에서 자랐기 때문일까요?
조율을 하기 위해 피아노 뚜껑을 열게 되면 작은 방망이같이 생긴 해머를 볼 수 있는데 질 좋은 양털로 만들어야 음색이 곱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래 피아노를 치면서도 몰랐습니다. 해머가 양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요.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강철로 만들어진 현을 치게 되고 음향판을 통해 소리가 되어 귀에 전달되지요.
이 책의 제목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피아노와 숲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주인공의 마음이 가장 빛이 나고요.
음악을 사랑하는 고운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몇 해 전 읽은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떠올리게도 하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다큐 영화 '코다'가 떠오르게도 합니다.
이제는 다시 만나도 조금은 반갑게 만날 수 있겠지요.
저의 pi아노 말입니다..
시간 속에 무뎌지는 것들이 고마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