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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봄날의 산책

by winter flush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을 담그듯 묵히고 묵혀 발효가 되도록 고인 생각이 마음에 머물다 느릿느릿 실천이 되는 사람도 있지요.(때로는 고였다가 스르륵 사라지기도 하지만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가 뭔가를 행동으로 옮길 땐 꽤 오래 생각한 일의 결과입니다.

뭔가를 뚝딱하는 것처럼 보일진 몰라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제 이런 저와 참 많이도 닮은 작가님 한 분과 화성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걷기 전엔 몰랐습니다. 우리가 닮았다는 사실을요...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되었지요. 느림보 저와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요.

수원엔 비교적 자주 드나드는데 화성 둘레길을 걸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곳을 지날 때면 마치 다른 세상을 통과하듯 고아한 정취가 깃들어 있는 걸 느끼게 됩니다.

한 번 걷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늘 생각뿐.. ㅠ) 차를 세우고 둘레길을 걷게 되진 않았지요.

그런 제 마음을 읽으셨는가 봅니다.

'차 한잔하러 오세요~'라는 소박한 초대에, 함께 화성 둘레길을 걷자고 하시니 평소 움직임이 적은 제겐 하나의 이벤트입니다.

제일 편한 운동화를 찾아 신고 옷차림도 가볍게 들뜬 마음으로 화성으로 향했습니다.

걸으며 시작된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졌지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작가님도 저처럼 집을 좋아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굳이 구하지 않는..

이렇게 비슷한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기가 아주 어렵지요.

어제 보았으니 이르면 두 계절쯤은 지나야 또 만날 수 있겠습니다~^^

맑고 고운 사람을 제 곁에 많이 두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고운 걸 곱다고 그대로 봐줄 줄 알고, 다른 이의 여린 마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그런 인연이 제 곁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요.

다른 마음을 품지 않고 그저 '사람'이 좋은 사람 말입니다.


나란히 걸으며 각자의 마흔을 이야기했습니다.

힘든 시간을 통과한 서로를 다독이고,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며,

현재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서로 엿보기도 하였지요.

작가님의 맑은 마음이 제게 전해져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제 마음이 좋습니다.

가을의 화성 둘레길도 함께 걷기로 합니다.

사계절이 모두 이쁜 곳이라고 아이처럼 설명해 주실 땐 저도 아이처럼 맑아집니다.

일상을 행복하게 하는 힘은 이런 순간 찾아오지요.


참 좋은 봄날입니다!




작가님의 책이 많은 분에게 용기를 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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