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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Sep 02. 2024

사교육의 늪

K 보육의 꽃이라는 태권도. 누구나 쉽게 문을 두드리는 태권도가 DH에게는 큰 관문이었다. 느린 아이. 조금 다른 아이. 그러한 아이가 평범함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난 그 바로미터가 태권도 같았다. 많은 고민 끝에 최근 문을 두드린 태권도장에 DH의 어려움을 모두 털어놨다. 관장님은 너무나도 따뜻하게 아이를 품어주셨다. 참으로 감사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현실로 돌아와 물었다.

“등록비가 얼마인가요?”

“주 2회 하시면 월 13만 원이요.”

“네???”


느린 아이를 둔 가정의 사교육비는 사실 상상을 초월한다. 치료도 결국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이니 사교육이라고 칭하면 말이다. 내가 태권도 등록비에 놀란 것은 너무나도 저렴해서였다. ABA센터의 1회 치료비도 안 되는 돈이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많은 가정이 아이 유아기부터 영끌하여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빚을 내거나 나의 미래를 위한 자산을 끌어다 쓰거나 친가나 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까지 매진하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일반 아이들 사교육비도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주 보는 교육 유튜브 채널에서 최근에 사교육 카운슬링을 해주는데 초등학교부터 월 100만 원 이상을 사교육에 쓰는 집들이 허다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예체능 중심으로 고학년 때는 학습 중심으로. 그 시기에 필수 교육들이 꼭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반드시 이것이 꼭 필요해요.’ ‘지금 놓치면 나중에는 못 따라가요.’ 부모들에게 이러한 멘트는 너무나도 자극적이다. 내가 이 시기를 놓치면 아이에게 큰 해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만들어낸다. 느린 아이들은 더 하다. ‘치료는 어릴수록 예후가 좋다’는 말이 부모에게 큰 부담이 된다. 내가 지금 해주지 않으면 아이의 평생이 달라질 수 있다니. 어느 부모든 두 손 두 발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퇴근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키자마자 차에 밀어 넣었다. 눈도 제대로 못 맞춘 상태로 운전석에 앉아 아이를 센터로 끌고 간다. 컨디션이 안 좋은지 꾸벅꾸벅 조는 아이. 돈도 돈이지만 이러한 스케줄을 소화하기엔 아직 어린 아이다. 짠하다. 다 멈추고 당장 집으로 데려가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오늘도 그러지 못하고 운전을 하며 도로를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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