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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Nov 03. 2023

교집합과 차집합

우리의 공존

어린 시절 수학이 좋았다. 무언가 딱 맞아떨어져 가는 그 느낌! 문제를 풀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DH가 숫자를 쓰고 바라보며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면 이 아이도 그 매력에 빠져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멋지겠는가!

하지만 변수가 등장하는 순간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알까.


동생이 어느 날 DH가 좋아하는 파란색 장난감을 휙 가져가 버렸다. 만 3살 된 어린 동생은 아직 충동 억제가 어렵다. 분명 형이 좋아하는 장난감인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너무나 만져보고 싶었으리라. 형이 그것만 바라보고 있으니.

하지만 DH에게는 변수의 등장이다. 언제나 내가 원하는 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예고도 없이 등장한 변수에 빠르게 답을 찾아야 하지만 아직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DH가 소리를 지르며 동생 머리채를 잡았다. 긴급! 엄마의 개입이 필요한 때다. “멈춰! 말로 해! 내 거니까 돌려줘!”


불안이란 것은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의 등장에 귀신같이 고개를 내민다. 불쑥. 갑자기. DH는 그 불안의 표현이 폭발적이다. 예고도 없이 방문한 그가 몸서리쳐지게 싫은 것이다. 그의 방어기제일 수 있다. 최대한 불안을 낮춰주고 싶은 엄마는 아이에게 자꾸 틀을 가르쳐주게 된다. “A일 때는 B처럼 하는 거야”. “C일 때는 D처럼 하는 거야”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사이에 차집합이 0이 되는 수렴값을 찾아가는 사람인가', ‘이 아이가 나 없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의 불안이 올라온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어요” 장애아를 둔 엄마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난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불편하다. 엄마와 아이. 두 사람 각자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은 없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 또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녀들과 똑같이 행동하며 화를 내고 있는 나! 아이러니하다. 결국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난 우리 사이 적절한 교집합을 찾고자 한다. 나만의 영역점점 넓혀가면서 말이다. 이는 우리 다섯 식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 누구도 그 누가 될 수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이 맞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세계 나라 외우기에 빠진 DH가 어느 날 “엄마, 엄마는 스위스로 떠나. 내가 따라갈게”라는 말을 노래하듯 툭 던졌다. 아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정말 그런 미래가 온 것처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엄마가 여행을 가고 그곳에 네가 오면 만나서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러자  가볍지만 세상  무엇보다 무겁게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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