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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berry Aug 01. 2020

순살 갈비탕

집밥 실험 (Feat. 인스턴트 팟)


갈비탕 (인스턴트 팟)



주재료

갈빗살 2~3덩이 (코스트코의 boneless short rib)

멸치 다시마 육수 약 2.0~2.5리터 (인스턴트 팟 내솥의 1/2~2/3 선, 물을 넣어도 되지만 육수를 넣으면 훨씬 감칠맛이 난다.)

파(미국식 green onion)

깐마늘 (통으로)

양파

맛술/소주 2~3스푼

국간장/멸치액젓 2~3스푼 (밑간)

부재료

국간장/멸치액젓 적당량 (간 맞추기)

취향에 따라 당면, 달걀 지단, 파, 후추 가루 등

* 모든 재료의 양은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적당량, 취향껏이다.



만들기

1. 인스턴트 팟에 모든 주재료를 넣는다. (국물을 내기 전 고기를 찬 물에 담가서 핏물을 빼기도 한다는데, 미각에 예민하지 않은 나는 미리 핏물을 빼지 않아도 이 재료로 고아내면 고기 잡내를 느낀 적은 없었다.)

2. 밸브를 sealing(압력)에 놓고 meat 기능 30분을 맞춘다. (예열 시간까지 계산하여 50분 정도 잡아야 한다.)

3. 완료 알람이 울리면 10~20분 정도 놔뒀다가 밸브를 venting(배출)으로 돌려 증기를 빼낸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증기를 빼면 주변이 초토화된다.)

4. 파, 통마늘, 양파는 건져낸다.

5. 갈빗살은 뜨거울 때 결대로 찢는다. (식기 전이 잘 찢어진다.)

6. 고기와 국물을 냄비에 옮기고 상온에서 식혔다가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서 하루 재워 기름을 굳힌다. (이 과정은 필수다. 저온에서 굳은 기름 층을 보고 나면 이 과정을 스킵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7. (당면을 넣을 경우) 당면을 물에 충분히 불린다. (30분 이상 불려서 부들부들해져야 국물에 넣고 끓일 때 국물 양이 졸아들지 않는다.)

8. 상층에 굳은 지방을 걷어낸다.

9. 고기와 국물을 먹을 만큼 냄비에 담는다. 국물이 너무 진하거나 국물 양 대비 고기가 너무 많으면 물이나 육수를 추가한다. (남은 고기와 국물은 1회 먹을 양만큼 소분하여 냉동한다.)

10. 덜어낸 고기와 국물을 불린 당면과 함께 끓인다.

11. 국간장이나 멸치액젓으로 간을 한다. (국간장은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이 거무튀튀해지니 주의한다.)

12. 취향에 따라 파 쫑쫑, 달걀 지단, 후추 가루 등을 올린다.



주객전도: 국물과 당면 양 조절 실패로 당면탕이 되어버렸다.


코스트코 갈빗살은 뼈가 없어서 식당에서 사먹는 갈비탕과 같은 비주얼은 아니다. 국물을 낼 때 무 한 덩이를 추가하고 1~6, 8의 과정까지 똑같이 하고 당면 대신 나박나박 썬 무를 넣고 같이 끓이면 진한 소고기뭇국이 된다.


인스턴트 팟도 쓰고 냄비도 쓰고 설거지가 많이 나오는 이틀에 걸친 번거로운 음식이지만, 한 번 해두면 어른 둘, 아이 둘이 서너 끼니 먹을 만큼의 양이 나온다. 어른들은 다른 반찬 없이 김치만 놓고 한 그릇 뚝딱이고, 입이 짧고 고기를 싫어하는 첫째가 당면을 말아주면 고기도 잘 먹고 밥까지 달라고 하니, 이틀에 걸친 노동을 기꺼이 감수한다.





미국 중남부 소도시(한인 수가 3천 명 미만인 걸로 알고 있다.)에서 한국식 집밥을 해먹으며 가장 먼저 봉착한 난관은 국거리 고기였다. 한국에서는 정육점(이나 마트의 정육 코너)에 가서 부위의 명칭 없이 "국거리 주세요." 하면 사장님(이나 직원)이 기름기가 적당히 없지만 아주 없지는 않은 부위를 손톱만 한 크기로 잘라서 주었다. 미국에서는 "국거리" 따위 있을 리 없다. 스튜stew 용 고기가 있지만 한국의 국거리와는 약간 다르다. 기름기가 너무 없어서 국이나 카레에 넣으면 질기고 맛이 없었으며, 꽤 큰 덩어리 형태라 집에서 적당한 크기로 또 잘라서 요리하거나 보관해야 했다. 그래서 이 부위 저 부위 시도해본 후 국거리 고기로 최종 선택한 것이 코스트코의 갈빗살boneless short rib이다.


코스트코의 갈빗살을 선택한 이유는 (1) 접근성이 좋고,(2) 구워먹어도 끓여먹어도 맛이 좋으며, (3) 맛과 양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반면 (1) 대량으로만 살 수 있고, (2) 그 어마어마한 양을 상하기 전에 조리하거나 손질하여 냉동 보관해야 하고, (3) 기름이 꽤 많이 끼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단점 (2)를 극복하기 위해 해먹게 된 음식이 바로 갈비탕이다. 갈빗살 한 팩을 사면 길쭉한 덩이가 7~8개 들어 있다. 그 중 3~4덩이는 갈비탕을 해먹고, 나머지는 손톱만 한 크기로 썰고 1회 분량으로 소분하여 (중노동이다) 냉동했다가, 미역국, 된장찌개, 카레, 짜장 등에 쓴다. 단점 (3)은 고기 국물이 주가 될 때(e.g., 갈비탕)는 굳혀서 걷어내서 극복하고, 국물이 아니라 고기를 먹을 때(e.g., 된장찌개, 카레)는 별 방법이 없어서 지방 맛을 음미한다.



#인스턴트팟 #내돈내산 #광고아님

인스턴트 팟Instant Pot은 미국판 전기압력솥이다. 예열과 압력 배출까지 포함하면 30분~1시간 정도는 소요되니 이름처럼 "인스턴트instant"하지는 않지만, 7~8시간 조리하는 슬로우 쿠커slow cooker 대비 인스턴트한 편이다. 슬로우 쿠커는 안 써봤지만 슬로우 쿠커에서 내는 깊은 맛을 인스턴트하게 내준다고 해서 인스턴트 팟이 아닐까 생각한다.

갈비탕 외에 인스턴트 팟으로 해먹는 음식은, 돼지고기 수육, 돼지 등갈비찜, 사골국, 김치찜, 미역국, 닭 백숙(+닭죽), 홍합찜 등이 있다. 예열과 압력을 빼는 시간 모두 합쳐 한 시간 가량이면 고기 살이 바스라지고 뼈는 스르르 분리될 만큼 푹 익고 서너 시간 이상 끓인 것처럼 깊은 맛이 난다. 고기 국물이나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다가 찰나를 놓쳐 국물과 함께 내 멘탈이 다 넘쳐 흘러서 전기 스토브를 분리하여 청소해야 하는 사태를 방지하여 내 멘탈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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