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terberry Feb 01. 2021

미국 하우스 렌트,임장과 거주

미국 월세 유목기 (6)


월세 유목기의 앞선 글들은 아파트에 대한 글이었고, 소재가 하우스로 변경되면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미국 하우스 렌트 썰 푼다" 정도의 느낌이 되었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본격 썰 풀기 전, 미국의 아파트와 싱글 하우스(single house; 단독 주택, 이하 하우스) 월세 살이를 간단히 비교해봤다.

[계약 관계]

-. 아파트: 개인 vs. 회사(집 주인)

-. 하우스: 개인 vs. 개인(집 주인)

[투어tour]

-. 아파트: 대부분 모델홈

-. 하우스: 실제로 입주할 집

[포함 가전] - 남부 기준

-. 아파트: 냉장고, 전기/가스 스토브, 오븐, 식기세척기, 전자렌지는 대부분 구비, 세탁기, 건조기는 최근 구비되어가는 추세

-. 하우스: 집 주인 마음이지만, 전기/가스 스토브, 오븐, 식기세척기, 전자렌지는 웬만하면 있는 편, 냉장고도 있는 집이 훨씬 많음, 세탁기와 건조기는 거의 없음




결혼하고 미국에 산 지 꼭 5년, 남편의 이직으로 다른 주로 이사하게 됐다. 그 사이 두 아이가 생겨 보다 넓고 쾌적한 생활을 위해 아파트 대신 하우스 렌트를 결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가 속한 바이러스 종류로나 알던 시기라, 이사 약 1개월 전 하우스 헌팅house hunting을 위한 3박 4일 여행 아닌 여행을 했다. 3일 동안 열한 집을 둘러보았다.



투어 리스트 추리기


임장 일정을 잡아두고(비행기와 숙소 예약), 질로우zillow라는 하우스 검색 사이트 탐색을 시작했다. 남편의 직장 동료 중 다수가 산다는 도시의 서브디비전subdivision*(이하 A 지역)을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교통의 중심지이자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진 번화가이자 도심이었다. 아이들과 다닐 도서관, 아기 체육관, 홀푸드, 타겟 등이 모두 10분 내외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도서관, 체육관은 한 달도 못 다녔다. 또르르. 큰 한국 마트가 있는 한인 타운까지도 30~35분 거리로 일주일에 한 번씩 가기에 적당했다. 가장 중요한 학군과 치안은, 남편의 직장 동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하니 안전한 편인 걸로 미루어 짐작했다. 단점은 1970년대에 개발된 동네라는 점이었다.

* 서브디비전subdivision: 서울로 치면 구나 동 정도.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끼리도 어디 사냐 물으면 서브디비전 이름을 말하는 식이다.

** 번화가인데 안전할 수 있는가: 미국에서는 메이저 대도시 다운타운이 아니라면 상업 지역과 주거 지역이 철저히 나뉘어 있기 때문에 번화가에 인접한 주거지도 안전할 수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A 지역을 들락거리며 안전을 확인한 증거는, 언제 나가든 10~20분마다 볼 수 있는 경찰차였다.


질로우에 올라온 리스팅(listing, 매물 정보)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걸러냈다. (중요도 순)

서브디비전: 검색 조건에 A 지역 입력

집 크기 (면적(스퀘어핏sqft), 방과 화장실 수): 검색 조건으로 설정

공립 학교 정보 (교육구ISD*, 별점): 해당 주소지에 지정된 초,중,고등학교의 별점(매년 주에서 실시하는 학교 평가 점수)이 4~5점(5점 만점)인 지역만 고려

교통과 주변 편의시설: 지도에서 주요 도로 확인, 소요 시간만 고려

집 사진: 리스팅에 올라온 사진(몇 장에서 몇십 장) 열람, 평면도는 거의 없어서 실물 확인 필수

집 내부 바닥 종류: 거실이 카펫인 집은 패스 (사진과 세부사항에서 확인)

향向: 향 따지는 건 한국 사람밖에 없다지만, 남향은 포기할 수 없어! 그러나 남향 매물 거의 없음
집 완공 연도: 가능하면 오래되지 않은 집을 원했지만 40살 미만 집이 없어서 포기

* 교육구(ISD; Independent School District): 서울의 학군 같은 개념(e.g., 8학군). 주State 단위로 교육구 순위가 공개되어 있다. 높은 순위의 교육구 내의 모든 학교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서, 주소지에 지정된 학교 별점을 반드시 확인했다. 미국에서는 지역 별로 학교가 지정된다. 이 지역에 살면 반드시 이 학교에 가게 되는 식이다. 평점이 높고 인기 있는 학교가 있는 지역의 집값(매매 및 렌트)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온라인에서 학군, 위치, 사진이 괜찮아 보이는 집 몇 군데를 골라, 하단의 연락contact 버튼을 눌러서 담당 리얼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두 시간 안에 리얼터에게 회신이 와서 바로 투어 할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그 중 두 명은 전화를 하여 조금 더 자세한 대화(a.k.a. 호구조사)를 하고는 그에 맞는 매물 리스트를 뽑아 보내줬다. 결론적으로는 이 둘 중 한 명과 거래를 성사시켰다.

* 질로우에서 연락되는 각 매물의 담당 리얼터(realtor; 부동산 중개인)=리스팅 에이전트listing agent: 해당 렌트 매물의 집 주인이 고용한 리얼터. 매매에 비유하자면 셀러seller 리얼터이다. 우리(=잠재 고객)는 리얼터가 없어서 질로우를 통해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연락하게 됐다. 특정 매물의 리스팅 에이전트여도 잠재 고객에게 다른 매물을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x라는 집의 주인이 렌트를 위해 리얼터 ㄱ을 고용했다면 ㄱ은 x의 리스팅 에이전트이다. ㄱ이 리스팅 하지 않은 매물 y, z를 고객이 투어 하고 싶은 경우, ㄱ은 그 고객의 리얼터 역할로 고객을 대신해 y, z의 리스팅 에이전트와 소통한다.


나는 남향 집에 집착해서 처음엔 투어 리스트를 추리는 게 정말 쉬웠다. 썸네일이 괜찮아 보이면 지도부터 열어 이 집이 남향인지를 확인하고 남향이 아니면 그 집은 그대로 걸렀다. 그렇게 남향 집만 골라내니 한두 집밖에 안 남았다. 향 따지는 거 한국 사람밖에 없다지만 렌트조차 남향은 매물이 적었다. (이에 나는 미국 사람들도 은연중에 남향 집을 선호한다는 가설을 세웠고, 훗날 집을 살 때 이 가설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남편은 렌트로 1년 살 테니 다른 조건이 들어맞으면 향을 양보하라고 했다. 그래서 남향 조건을 삭제하고 다시 리스팅을 뒤져서 투어 할 집을 골라냈다.

* 남향 확인법: 미국 집은 대부분 현관과 마주한 정 반대쪽에 거실 창이 있다. 현관이 북쪽을 향하면 그 거실은 남쪽을 향할 확률이 높다. 세부 정보에서 가끔 현관 방향front door facing을 기재한 집도 있다.



임장 1일 차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결전의 도시에 도착했다. 곧바로 약속 장소로 향하여 리얼터 1을 만났다. 완공 50년을 바라보는 집과 동네는 정말 올드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의 아파트 평면도에 차이가 있듯이, 미국 남부의 1970년대 하우스 구조는 요즘과 달랐다(=내 취향은 아니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그날 본 4군데 집이 모두 북향이었다. 어두컴컴했던 것 말고 다른 건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오래된 동네임에도 골목과 놀이터 등이 매우 깔끔했고, 걸어 다니는 산책러들이 많이 보여서 안전한 동네인 것으로 추측했다.



임장 2일 차


다음날 A 지역에서 리얼터 2와 네 집을 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 중 남향 집이 하나 있었다. 지도 상으로 골목 하나 두고 대로변에 있었지만, 흔치 않은 남향이라 미련을 품고 교통량과 소음 정도를 확인하러 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대로는 양재대로 규모였고, 바깥에서 창문을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웃풍과 겹겹의 거미줄을 보고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리얼터에게 미안하여 억지로 집에 들어갔는데, 바닥에 수두룩한 바퀴벌레 사체를 목격해야만 했다. 전날 본 북향 집들은 깔끔하기라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두컴컴한 북향 집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리얼터 2는 우리에게 다른 서브디비전(=B 지역)을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1990년대에 개발됐고 A 지역에서 10~15분 거리였다. 공립 학교 별점도 더 높았다. 단점은, 위에서 언급한 도서관, 체육관, 홀푸드, 타겟 등의 편의시설은 여전히 A 지역으로 가야 했다는 점이다. 웬만한 편의시설까지 차로 5~10분이 더 걸렸다. 집이 괜찮다면 50년 된 북향 집에 사는 것보다 추가 이동 시간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1일 차에 본 북향 집 중 하나를 고르더라도 다른 선택지를 확인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로 했다. 리얼터에게 B 지역의 투어 리스트를 추려서 보내주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숙소에서 B 지역의 리스팅과 함께 A 지역의 리스팅도 다시 검색하던 중 카펫 바닥이 전혀 없는 집이 눈에 띄었다. 첫날 본 집들과 같은 단지(두서너 골목 건너)였고, 남향이었다. 남편과 "이걸 왜 못 봤지?" 하며 컨택 버튼을 눌렀고 다음날 아침 8시로 약속이 잡혔다. B 지역에서는 두 집을 골라 리얼터 2에게 전달하여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임장 3일 차


A 지역 남향 집(=9번 집)의 약속에 나온 사람은 집 주인이었다. 본인이 직접 리스팅을 하고 쇼잉showing을 하고 입주 신청을 받는다고 했다. 리얼터 수수료가 상당해서일 것이다(첫 달 렌트 전액이라고 들었다). 2년 전에 내부 전체 리모델링을 해서 앞에 봤던 모든 집보다 밝고 깔끔했다. 동양계의 집 주인은 카펫이 너무너무 싫어서 거실은 물론 모든 방까지 바닥을 장판vinyl plank으로 깔았다고 했다. 주방 가전(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전자렌지)도 같이 교체했다고 깨알 같이 자랑했다.


완벽할 뻔했던 이 집의 맹점은 세탁실이 집 안이 아닌 차고에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 때문에 빨래를 매일 한 번은 기본, 두세 번 돌리는 날도 흔한데, 매번 신발을 신고 차고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았다. 다 된 빨래를 꺼내다가 차고 바닥에 떨어뜨리는 상상을 하니, 윽. 그리고 2년 전에는 이 지역에 역대급 허리케인 피해가 있었다. 같은 단지에서도 침수 피해가 없었던 집은 리스팅에서 그 점(no flooding)을 광고하고 있었다. 이 집은 침수 피해가 없었다는 언급이 없었고, 하필 2년 전에 리모델링을 했다니, 허리케인 피해가 있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 내 집도 아닌데 침수 피해가 무슨 상관인가: 나무로 골조를 잡는 미국 집은 침수에 취약하다. 작게는 각종 벌레들의 모임의 장이나 곰팡이의 터전이 되며, 크게는 눈에 띄는 문제가 생겨서 수리하는 사람이 들락거리는 걸 감수해야 한다. 수리비야 집 주인의 몫이지만, 미국에서 사람 손을 빌어 일을 처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급한 건 나뿐이다. 스케줄 잡기도 어렵고, 전문가(=이 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라고 불렀는데 결과물은 전문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 약속된 B 지역의 두 집으로 향했다. A 지역보다 20년 젊은 만큼 외관도 내부도 깔끔했다. 우연찮게 두 집의 완공 연도(1998년)와 구조가 같았다. 방금 보고 온 A 지역의 9번 집과 방, 화장실 수는 같지만 서재와 다이닝룸이 별도로 있어서 면적이 더 넓었다. A 지역에서 40살 넘은 집을 보며 눈이 낮아진 상태라 그런지 몰라도 두 집 다 마음에 들었다. 둘 중 한 집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중이었는데, 다이닝룸을 아이의 놀이방으로 꾸며둔 걸 보고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 쇼잉showing: 잠재 세입자가 집을 보는 것을 집 주인 입장에서 집을 보여준다 하여 쇼잉이라고 한다. 현재 세입자가 있는 집을 쇼잉할 경우, 현 세입자는 그 시간대에 집을 비워준다.


점심 즈음 모든 임장 일정을 마쳤다. A 지역 9번 집과 B 지역 정남향 집(=10번 집) 중에 고민하다가 10번 집으로 결정했다. 위치의 열세가 있지만, 덜 오래되고 넓고 세탁실도 집 안에 있고 침수 피해가 없었다. 리얼터에게 최종 선택을 알리고 다음날 오전에 당시 공실이었던 10번 집에서 만나 입주 신청서를 쓰겠다고 했다. 남향 집 골라내기 성공!



임장 4일 차


10번 집에서 리얼터2와 다시 만났다. 집 내부를 함께 살펴보고 우리도 리얼터도 집 주인에게 손 봐달라고 할 부분을 적고 사진 찍었다. (e.g., 빌트인 전자렌지 손잡이 박살, 부엌 캐비넷 중 한 칸이 곰팡이로 가득, 안방 샤워부스 바닥과 벽 타일 줄눈에 곰팡이) 이 내용들을 입주 신청서에 요청 사항으로 기재했다. 집 주인이 요청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우리의 면책을 위한 기록이었다.

* 하우스 렌트 입주 신청: 리얼터에게 입주 신청서와 소득 관련 서류, 신청 비용을 낸다. 입주 신청서는 아파트의 그것과 비슷하다. 리얼터가 백그라운드 체크 등 서류를 검토하여 집 주인에게 전달하고, 집 주인이 최종 입주 승인/거부를 한다. 가능한 여건이라면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e.g., 전등 스위치 켜보기, 가전 켜보기, 수도꼭지 틀어보기, 변기 물 내려보기, 캐비넷 열어보기 등)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사진을 찍어두고 수리 요청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아파트에 냉장고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동안 냉장고가 없었다. 하우스 렌트 임장을 하면서도 대부분 집에 냉장고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최종 선택한 이 집에는 냉장고가 없었다. 우리가 당장 사도 그만이지만 혹시나 하고 리얼터에게 집 주인이 냉장고를 넣어줄 의향이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must)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 것(good to have)이라고 강조했다.



계약


다음날 리얼터가 입주 승인 소식을 전하며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당시 그 집은 공실 3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어서, 집 주인은 당장 계약을 시작하기를 원했다. 우리는 아파트 계약 종료와 타주 이사 일정 등으로 당장 이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 1.5개월 후에 계약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서로 양보하여 계약 시작일을 3주 후로 정해서 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 렌트 계약 시작일 정하기: 렌트가 시작하는 날부터 월세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세입자는 계약 시작일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이득이다. 리얼터 피셜, 집 주인들은 계약일을 조금 미루더라도 월세 밀릴 걱정이 없는 세입자를 선호한다. 리얼터도 이 계약을 성사시켜야 본인의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 날짜를 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냉장고! 리얼터는 냉장고를 새로 사서 넣어줄 테니 월세를 $50 더 내라는 집 주인의 답변을 전했다.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코 베어가려고 하네? 우리가 냉장고를 가져갈 것도 아닌데 냉장고 비용의 일부($50x12개월=$600)를 뜯으려 하다니. 우리는 리얼터에게 그럼 냉장고 필요 없으니 원래 비용으로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 이미 냉장고를 사버렸으니 월세를 올리거나 2년 계약을 하자고 한다. 리얼터는 우리의 마지막 말을 귓등으로 반사한 건지, 본인이 냉장고를 넣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자랑했다. 부들부들. 물어나 보랬지 강하게 요청하랬냐. 우리는 1년 계약이 만료될 즈음 집을 매수하여 이사할 계획이었다. 매월 $50 때문에 월세 살이를 1년 연장하는 건 더 큰 낭비였다. 잠시 고민하다가 냉장고 렌트비도 얹어 1년만 계약하는 걸로 했다.


집 주인이 보증금과 첫 달 월세의 머니 오더money order를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당시 아파트 길 건너에 페덱스 오피스FedEx Office가 있어서 남편이 가서 3일 배송 보장3-day delivery guaranteed 우편으로 보냈다. 다음날 배송 추적을 하니 벌써 집 주인 쪽의 집하지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서 하루 기다렸다가 3일째 되는 날에야 집 주인에게 갔다. 여보세요, 3일 보장이 그 3일 보장이 아니지 않아요?



입주 및 거주


계약을 마무리한 후 이사 일정을 정하여 리얼터에게 이사 날짜를 알렸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한국에 갔고, 남편 혼자 이사를 했다. 남편은 이틀 동안 차로 이동하면서 리얼터에게 도착 예정 시간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했으며, 도착할 시간 즈음에 집 주인이 직접 나와 열쇠와 계약서 하드카피를 줬다고 한다. 입주 신청서에 적은 수리 요청 중에는 전자렌지 교체와 부엌 캐비넷 수리만 되어 있었다.


메인터넌스maintenance: 집 안팎의 잔손질을 볼 일이 생기면(e.g., 플러밍plumbing, 냉난방, 집에 포함된 가전 고장, 날씨 때문에 생긴 집 내외부의 손상 등) 집 주인에게 즉시 연락한다. 사람을 부르지 않고도 간단히 고칠 수 있는 것은 집주인이 디렉션을 주기도 하며, 전문 인력을 불러야 하는 것은 집 주인이 사람을 불러준다. 아파트에서 오피스에 연락하여 직원을 보내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다. 우리의 경우 폭우로 뒷마당 울타리가 두 번 무너졌는데 집 주인이 바로 사람을 보내 수리했다.


쓰레기 처리: 관할 관공서(시청city hall 혹은 군청town hall)에 가서 새로 이사했음을 알리고 쓰레기통을 신청했다. 집 앞에 큰 쓰레기통 2개(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를 갖다 준다. 일주일에 한두 번 쓰레기 수거일 전날 집 앞 골목에 쓰레기통을 내놓고, 청소차가 지나간 후에는 쓰레기통을 다시 들여놔야 한다. 내가 사는 동네는 평소 쓰레기통을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e.g., 울타리 안쪽, 나무 뒤쪽, 차고 안 등)에 두라는 규정이 있다. 매월 한 번 대형 쓰레기(e.g., 매트리스, 가구 등)를 내놓는 날도 있다. 아파트 생활과 가장 달랐던 두 가지 중 하나다. 참고로 아파트에서는 단지 내 쓰레기장에 아무 때나 쓰레기를 갖다 버릴 수 있었다.


잔디와 나무 관리: 세입자의 의무 중 하나이다. 집 주인이 원래 부르는 잔디 깎는 사람lawn mower가 있었다. 집 주인이 지정한 날짜에 론 모어가 알아서 찾아왔다. 그와 처음 만난 날 잔디 깎는 빈도(e.g., 매주/격주 한 번, 여름과 겨울 차이)와 비용을 알려줬다. 내가 원하는 빈도/비용과 다르다면 직접 협상하면 된다.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앞과 뒤 마당의 나무도 다듬는 것bush trimming이 세입자의 의무이며, 이것도 때가 되면 론 모어가 내 의견을 묻고 해줬다. 추가 비용이 약간 있었다. 아파트 생활과 가장 달랐던 두 번째 점이었다. 아파트 월세에는 이런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아파트 살 때는 옆집도 신경 쓰이고 오피스의 무신경함에 크게 데어서, 얼른 하우스에 살았으면 했다. 하우스에 살아보니 내 집이 아닌데도 아파트에서는 전혀 몰랐던 것들까지 직접 관여하게 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아파트 살 때가 편했구나, 아파트 월세가 비싼 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 괜히 아파트 아파트 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넓은 집과 프라이빗 뒷마당의 오롯함이란. 코로나 시대에 하우스에서 아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마당 물놀이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붉은 노을이 졌던 어느 날의 뒷마당


이렇게 마음씨 좋은 집 주인을 만나 월세 유목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줄 알았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홈리스를 면한 대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