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세 유목기 (5)
미국 아파트, 알아보고 거주하는 이야기
미국 월세 유목기 (1) 미국 아파트, 탐색부터 거주까지
단지 내 총기 사건으로 인한 이사
4개월, 5차례에 걸친 홍수 잔혹사
나가라는 말을 돌려서, 월세 폭탄
아파트 #3.
3개월 계약, 2개월 거주.
아파트 #2의 2개월 월세 1천만 원 폭탄에 다른 아파트를 찾기 시작했다. 출산 직후에 이사를 해야 하는 치명적인 난관이 있었지만, 2개월 1천만 원은 영끌도 불가능한 금액이었다. 우리는 2개월만 살 곳이 필요했지만, 대부분 아파트의 최단 계약 기간이 3개월이라 3개월 계약을 하고 3개월 월세를 내야 했다. 3개월치 월세, 입주 신청비, 이사 비용 등을 합해도 1천만 원보다 훨씬 적었다.
아파트 #1 입주 전 투어 했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각났다. 이전에 살던 두 곳의 아파트는 오피스 직원이 2~3명이었던 반면, 이 아파트에 잠깐 들렀을 때 본 직원만 5~6명 정도로 큰 단지였다. 그 정도의 대단지라면 반드시 공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이 아파트에 입주해서 2개월 살았다. 그리고 홈리스를 면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1. 다음 집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퇴거 고지를 하고 불안감을 견뎌냈다.
아파트 #2 계약 만기 2개월 전 퇴거 고지move-out notice를 앞둔 시점이었다. 다음 거주지를 확정한 후 퇴거 고지를 하려고 (그림. 마음의 평화) 아파트 #3 투어를 하고 입주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직원이 우리의 입주 희망일(=아파트 #2 퇴거 1개월 전*)을 보더니 입주 2주 전부터만 신청을 받는다며 앞으로 1달 후에 와서 그때 비어있는 유닛에 신청을 하라고 했다.
* 계약 기간은 3개월, 우리의 거주 기간은 2개월. 이삿짐을 미리 옮겨둘 겸, 입주일을 앞으로 당겨 아파트 #2 거주 기간과 겹치게 했다. 중복되는 1개월은 뜻하지 않은 월세 2주택자.
아파트 #3의 영업 전략은 박리다매였다. 모델홈을 따로 두지 않고 그 시점에 비어 있는 유닛unit(=실제 입주해서 살 집)을 보여줬다. 공실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입주 신청도 입주 날짜로부터 2주 전부터만 가능한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파트 #2에 퇴거 고지를 먼저 했다. 아파트 #3에 입주 신청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림. 홈리스 되면 어쩌지) 다음 집이 정해지지 않은 2주 동안 나는 매일 둘째의 태동을 느끼면서 남편에게 우리 홈리스 되면 어쩌냐고 물었다. 남편은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집은 없을지 몰라도 홈리스는 안 될 거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때는 그 말이 정말 위로가 됐다.
2. 입주 신청한 집이 없어졌단다.
입주 희망일 2주 전에 오피스에 달려가 입주 가능한 유닛의 실물을 확인하고 입주 신청을 했다.
잠시 후 오피스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입주 신청 및 찜콩(=예약금reservation fee 지불)한 그 유닛이 알고 보니 공실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종이 신청서와 전산 처리의 시간차. (1) 같은 유닛에 누군가 간발의 차로 우리보다 먼저 입주 신청을 했다. (2) 그 신청서가 승인 및 전산 처리되기 전이라 시스템에는 공실로 나왔다. (3) 우리도 담당 직원도 그 유닛이 공실인 줄 알고 입주 신청을 했다. (4) 우리의 신청서를 처리하려고 보니 해당 유닛이 다른 사람에게 입주 승인이 났고, 우리의 중복 신청은 거절됐다.
느낌이 싸했다. 이 아파트는 우리를 쳐내려는 것 같다는 의심까지 하게 됐다. 입주 2주 전에나 신청을 받는다는 아파트도 처음 봤고, 입주 신청 시 갑자기 단기 계약 운운하며 보증금security deposit을 월세 한 달치를 요구하던 것도 미덥지 않았다. 분하지만 우리는 점점 이해가 가지 않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고 입주 신청을 했는데! 시스템 핑계를 대며 해당 유닛이 날아갔다니?
만삭의 몸을 이끌고 다시 오피스로 나갔다. 우리의 조건에 맞는 다른 입주 가능한 유닛을 찾아냈다. 그 유닛에 전산 처리되지 않은 다른 신청서가 없는지 더블 체크하고, 입주 확정을 짓고 왔다.
3. 영수증도 있는데 돈을 안 냈다더니...
3개월 계약 기간 중에 받은 2번째, 3번째 달 월세 청구서에 미납금 내역으로 행정 처리비administration fee $200이 나왔다. 어불성설. 행정 처리비는 입주 신청할 때 낸 비용 3가지 항목(행정 처리비, 예약금, 보증금) 중 하나였다. 이걸 안 내면 애초에 입주 신청을 받아주지도 않으니 우리는 입주도 못했을 거고 미납금 내역이 나온 월세 청구서도 받을 수 없었다.
입주 신청할 때 머니 오더money order로 행정 처리비, 예약금, 보증금을 납부한 영수증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 모두 오피스에 월세 청구서와 영수증을 가지고 가서 우리는 이 돈을 이미 냈다고 어필appeal했고, 두 번 모두 직원이 시스템 착오라며 나의 어필을 인정했다. 영수증도 있었으니 인정해야겠지. 지금 생각하면 그들의 착오라던 내용을 문서로 받아놓거나 시스템 정정을 요구했어야 했는데, 당시의 나는 영수증을 믿고 구두로만 확인했다.
행정 처리비 납부를 두 번째 확인한 다음 주 나는 아이들과 한국에 갔다. 그 다음 주에 남편 혼자 모든 짐을 싸서 현재 사는 동네로 타주 이사를 했다. 몇 주 후 남편이 아파트 #3의 보증금 반환 체크가 왔다고 했다. 반환된 금액이 너무 적어서 남편이 오피스에 문의를 했고, 상세 감면 내역을 받았다.
1) 벽 페인트 비용 $100 - 인정
첫째가 벽에 낙서를 했다. 감면에 이의가 없었다.
2) 차고에 찍힌 곳이 있었다며 수리비로 $200 - ?
차고에 찍힌 것은 내가 모르는 부분이었다. 남편은 이삿짐 빼는 대부분의 시간을 차고 앞에서 지켜보았는데 심하게 찍힌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차고에 손상damage이 생겼으면 우리 가구에도 흔적이 남았을텐데 그런 가구도 없었다. 오피스에 다시 문의를 했더니 우리가 살기 전에는 이런 찍힌 자국이 없었다며 사진을 보내줬다. 우리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방법도 없고, 정말 우리가 이사하다가 실수했을지도 몰라서 더 따지지 못했다.
3) 문제의 행정 처리비 $200을 기어이 미납 처리 - 이것들이!
내가 한국에 가면서 혼자 이사할 남편에게 아파트와 관련된 서류 봉투를 따로 들고 가라고 챙겨줬다. 남편에게 아파트 #3 입주 서류와 신청비 영수증이 거기 있다고 알려줬고, 남편은 영수증을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 항의했다. 오피스에서는 본인들이 잘못 처리했으며 해당 비용은 추가로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1년 반 넘도록 못 돌려받고 있다. 남편이 한 번 더 오피스에 전화해 봤지만, 자동 응답 시스템에 녹음을 해야 했고 회신은 오지 않았다. 서류 증거도 있고 명백히 부당하게 떼인 비용이지만, 돌려받을 수 없으니 홈리스를 면한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