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문제에 대하여
어제 모 편입 강사가 수업 중에 말한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서성한을 다니는 명문대생들이 제2차 세계대전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고 6.25 전쟁도 1940년대에 일어났다고 대답했다고 한탄한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들어간 학생들이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내용도 모른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된다.
이에 대해 학원 강사는 요즘 MZ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 따라 지식을 쌓아서 논리 체계가 파편화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명문대생들이라고 공부가 입맛에 맞아서 열심히 했을까? 싫어도 성실히 공부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문제였던 걸까? 수능에서 한국사 비중이 줄어들어서? 아니면 수능을 본 지 시간이 너무 지나서? 그도 아니면 대학 교양과목에 없는 내용이라서?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명문대 학생들은 실제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아보자. 교육학자 이혜정의 <대한민국의 시험>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학점을 잘 맞는 학생들은 '교수님 농담까지 필기해서 암기하는 학생들'이라고 한다.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 지식 공동체를 목표로 내세우는 서울대의 교육은 수용적 학습이었다면서 한국 최고 명문대의 현실을 드러낸다.
벌써 10년 전 열린 <2016년 제주 교육 국제 심포지엄>에서 전 OECD 교육국장인 바바라 이싱거에 의하면 가르치기 수월한 능력들은 머지않아 자동화되거나 개도국으로 이전될 것이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현실화되었다.
실제로 반복 인지 기술은 이 시대에 취업에 가장 불리한 중하위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취업 빙하기도 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교육이 꽁꽁 얼어있으니까.
그런데 이것이 편입 강사가 제기한 MZ세대의 지식 취향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지금까지 학생들을 지배하고 적응시켜 온 수능도 이 반복 인공지능과 같이 창의적, 비판적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은 단순객관식이면서도 사고력을 평가하겠다면서 정작 그 방법은 유사한 문항을 구별하는 기술적 능력을 평가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결국 지식은 기술이나 기계적 암기로 쌓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한 지식은 소모적일 뿐이었다.
실제 <대한민국의 시험>에서 인용된 MIT의 연구에 따르면 유창한 수업을 듣든 아니든 일방적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교감 신경계가 불활성화된다고 한다. 지식은 맥락과 함께 전달될 때 더욱 효과적으로 체득된다. 아무런 목적성 없이 공부한 내용보다 자신이 관심과 질문을 가지고 한 공부가 더 오래 남는다.
기계적 교육에 더해 수능에서 한국사 비중이 줄어든 것은 명문대생들이 1945년에 제2차 세계대젼이 끝났다는 사실과 6.25 전쟁의 시간대를 헷갈리게 하는데 하는데 충분했다. 만일 이들이 단순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가령 1945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과 6.25 전쟁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와 같은 주제를 말이다.
그렇다면 MZ의 취향 문제는? 그 문제는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설명한 바가 있다. 취향은 계층의 문제이다. 물론 부르디외는 이를 부르주아층과 하층계급에 적용시켰지만 사실 세대라는 계층에 적용해도 된다. 가령 중년의 편입 논술 강사는 냉전시대에 살면서 반공사상을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이고 4.19 혁명이나 6.25나 하는 것도 그가 태어난 시점으로부터 비교적 오래되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가 얘기한 취향, 즉 문화는 역사적 맥락이기에 2025년의 MZ에게는 와닿지 않는 내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은 명문대생들이 아니라 어설픈 편견으로 생긴 철학을 멋대로 들이댄 논술 강사한테 있다. 기계적 입시 논술의 정점인 편입 논술 강사가 20대 문해력 타령이라니, 나도 “MZ세대”라서 하는 말이지만 너무 무책임한 변명이다. 유튜브 쇼츠 중독을 중년이라고 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