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집

<모모 MOMO(미하일 엔데)>서평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을 중심으로)

by 최시헌


<모모>는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째는 아직 사람들이 순수하고 세속적이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회색 정장을 입은 시간도둑들이 사람들에게서 마음의 여유를 빼앗고 세속적인 가치를 불어넣은 위기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잇는 동시에 그것에 마침표를 찍는 존재가 모모이다.


첫째 시기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등장한다. 모모는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찾아오면 말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그러면 사람들은 고민이나 다툼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폐허 유적지가 된 모모의 작은 집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잿빛 정장을 입은 자들이 한 이발사를 찾아간다. 화려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평범한 자신의 삶에 불만이었던 한 이 발사에게 시간도둑들이 뿌연 냉기 속에서 이발사에게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려면 ‘불필요한’ 일상을 제거해야 한다고. 이발사는 그렇게 시간도둑이 떠나자 홀린 듯이 주변사람들을 정리하고 일을 할 때도 손님과 잡담을 나누지 않았다. 그렇게 효율을 추구한 이발사는 곧 부자가 되었다. 비록 그 자신은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그의 부와 명성을 보고 부러워하였다. 시간도둑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유혹해 그 이발사처럼 바쁘게 살아가게 만들었다.


그때 모모는 갈수록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는 것을 느끼고 이상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내 이 모든 현상이 ‘잿빛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소행임을 알게 된다. 모모는 아이들의 힘을 빌어 잿빛옷을 입은 사람들의 위험성을 알리려 했지만 오히려 잿빛 옷을 입은 시간 도둑들이 모모를 추격하게 되었다.


그런 위기에, 모모에게 카시오페이아라는 거북이가 나타나 세쿤두스 미누티우스 호라(라틴어로 초, 분, 시) 박사의 비밀의 집으로 데려간다. 호라 박사는 ‘시간’의 관리자로서 사람들에게 삶 혹은 죽음을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 도둑들이 사람들의 자연적인 시간을 사기를 쳐서 훔쳐가자 그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마침 모모는 이 모든 걸 해결할 운명이었다. 박사에게서 시간의 꽃을 받은 모모는 시간 도둑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시간 시가를 없애고 온전한 시간을 사람들에게 돌려준다.


<모모>의 프롤로그에서는 옛날 옛적의 원형극장에서 이야기가 지어졌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즐거워했다는 전승을 짧게 전한다. 그리고 지금은 모모의 집이 된 그 원형 극장의 폐허에서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자신의 삶을 전한다. 원형 극장이 간직한 수천 년의 세월이 담긴 이야기는 이제 역사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서사다. 고대에는 그런 역사가 신화였고 영적인 의미가 있던 시기였다. 어찌 보면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가 살아있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도 과거는 구원의 지침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적 유물론자로서 벤야민은 서사적인 역사주의를 비판하며 단순히 인과를 정립하는 관조에서 벗어나 과거의 충만한 아우라를 현재에로 끌고 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탈피한다. 진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과거의 전승을 부활시켜 온전히 완성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미래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자본의 탐욕은 배제되어야 한다.


미하일 엔데의 <모모>도 비슷한 역사적 신학을 지닌다. 과거를 통해 축적된 ‘시간’으로 ‘시간’이라는 공기가 희박해진 현재를 구원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미하일 엔데는 벤야민과 달리 역사의 서사성을 포기하지 않는서사가 반드시 자본으로의 영원회귀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적 유물론이 역설적이게도 확보에 실패한 신학적 요소는 오직 서사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벤야민의 메시아적 테제도 아우라가 아닌 그다음이 있어야 한다. 내세가 없는 신학은 불완전하다.


<모모>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 우화적인 성격으로 인해 더욱 심오함을 지닌다. 이 글에 서술된 역사철학 이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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