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요 항해고 나발이고 이것부터 선택해주시고 가세요 고객님~^^
결혼준비란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갈지 매 순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처음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는 웨딩 플래너가 모든 것을 결정해 주고 길을 인도해 줄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정말 착각이다. 플래너가 있더라도 결혼 준비 과정에서 예비부부가 알아봐야 할 것은 많고도 많다.
플래너를 끼고 결혼 준비를 진행한다고 해서, 플래너가 추천해 주는 업체를 골랐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플래너의 역할은 '업체 추천'과 '질문받기'가 끝이다. 거기서 디테일을 살피고 최적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전부 예비부부의 몫이다. 이런 디테일에 대한 탐색은 거의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하나만 가지고 항해하는 것처럼 무척이나 막막하고 버거운 시간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드레스 업체를 고른다고 하면, 플래너가 물어본다. '신부님 어떤 스타일 원하세요? 비즈, 레이스, 실크 있고요~ 컬러 드레스 다양한 곳도 있어요~ 가격대는 어느 정도 생각하고 계세요?' 여기서 결정해야 할 게 벌써 (1) 스타일 (2) 컬러 다양성 여부 (3) 가격대로 세 가지나 된다.
어떻게 저떻게 해서 결정을 내리고 플래너에게 전달한다. 그럼 플래너가 그에 맞는 업체 3~4개를 추천해 준다. 이건 이렇고요, 저건 저렇고요. 이 중에서 살펴보고 알려주세요~^^
그럼 그 업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어디가 괜찮은지 결정해야 한다. 플래너가 추천해 준 업체 이외의 업체가 궁금할 수도 있다. 그럼 여기서 또 선택해야 할 게 나온다. (1) 추천 업체 중 어디가 제일 괜찮은지 (2) 추천하지 않은 업체를 더 추천받을 것인지? -> 더 추천받으면 또 그 업체를 살펴봐야 하는 게 따라온다.
벌써부터 정신이 혼미하다. 하지만 정신줄을 부여잡고 플래너가 추천해 준 업체 중에 2개를 추렸다. 그럼 플래너가 묻는다. '드레스는 지정으로 하시겠어요, 투어 하시겠어요? 투어 하시면 업체당 5만 5천 원 비용 추가 발생되세요~ 지정으로 하시면 2부 드레스가 서비스로 나가요~' 각종 정보의 향연이다. 지정, 투어, 2부 드레스? 이것부터 모르겠다.
대충 해석하자면 드레스 업체 1개를 바로 선택할 수도 있고(지정), 2개 업체를 둘 다 방문한 뒤 결정할 수도 있다는 거다(투어). 다만 둘 다 방문하려면 방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추가금 파티를 피하고 싶은 예비부부는 대충 또 추려서 1개를 선택한다. 그러면 그 드레스 업체에 방문하는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동행 플래너라면 플래너 일정도 맞춰야 한다) 그 드레스 샵에서 어떤 드레스를 입고 싶은지, 어떤 스타일의 드레스를 원하는지도 선택해야 한다.
드레스 샵에 가면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에 입을 수 있는 드레스는 보통 6~7벌, 많이 입어봐야 8~9벌 정도 된다. 그런데 드레스 업체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거기에는 수많은 드레스들이 널리고 널렸다. 몇십 벌이 넘는 되는 드레스 중에서 7개 정도를 추려야 하는 거다.
또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1) 수십 벌의 드레스 중 7개 선택 - 세부 사항으로 체형, 디자인, 소재를 고려해야 한다. (2) 선택한 드레스를 입어보고 그중에서 3~4개를 선택하고, (3) 내가 선택을 잘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지 않은가? 하지만 놀라운 건, 이 이야기가 기나긴 결혼 준비 과정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당신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웨딩홀, 플라워,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신랑 예복(정장), 예물(반지), 본식 사진, 본식 DVD, 본식 포토부스, 사회자, 축가, 등등.. 꼭 돈과 연관되지 않더라도 결혼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일은 정말 많고도 많고도 많다.